우리는 일 때문에 울고 웃는다. 그것은 직장을 다니는 이들이 겪는 숙명과도 같다. 그중에서 직장인 A는 불행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반대로 직장인 B는 행복하기 위해 집중한다. 과연 누가 더 직장생활을 오래 하며, 나만의 ‘커리어’를 가져갈 수 있을까? 우리는 일을 하며 알게 모르게 감정을 소모한다. 직장인 A도 마찬가지다.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행복과 불행을 넘나들게 된다. 감정을 쓰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내 일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내 일처럼 느껴지게 되고, 그 중심에 결국 내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과 감정을 교차하며 일을 하다보면, 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일을 내가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날이 온다. 비로소 그때 큰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현 조직의 주인은 내가 아닐지언정, 적어도 직무(일)에 대한 주인은 ‘리더가 아닌 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잠시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내 영역을 파고들어 무언가를 떨어뜨리고 간다. 이른바 폭탄 투하. 롤러코스터를 타듯 업무를 하다 보면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한다. 생각과 감정을 직장에 소진하기 싫어진 A는 그만둘 수 없는 직장에서 “어떻게 하면 불행해지지 않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소위 ‘요령’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A는 그렇게 기계처럼 정해진 시간까지 회사에 도착하기 위해 출근길에 오른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을 넘겨 다시 적당한 시간에 집으로 오는 버스에 몸을 맡긴다. 오늘도 무사히 집으로 갈 수 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직장인으로서의 하루를 마감하는 것을 반복한다. 그렇게 A는 일에서 좀처럼 낙을 찾기 힘들게 됐다.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은 일을 하다 보니, ‘영혼 없이 일하는 비기(秘記)’를 획득힌다. 그 비기는 현 직장의 생명은 연장시켜주지만, 바깥에서 통할만한 실력은 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해왔던 일의 시간만큼의 가치가 아닌 가격(몸값)을 좇게 된다. 그렇게 ‘지금의 일을 하는 이유’를 일의 외적 요소(연봉을 포함한 명성과 명예 등)에 맡긴다. 하지만 언젠가 그 외적 요소의 성장을 좀처럼 기대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 외연의 성장이 가로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다시금 새로운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해보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걸 시작할 수도 없게 된다. 어떤 일을 해도 행복하지 않을테니, 그냥 익숙한 일을 하는 게 가장 낫다고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에 대한 잘못된 철학’ 때문에 A는 일에 대한 행복과 희망을 송두리째 잃었다. 일을 하는 이유가 오로지 ‘돈벌이’가 되어버린 A는 불행을 온몸으로 안고 살아가게 된다. 하루 8시간 이상을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는 남에게 말 못 할 고통을 안고 말이다. 직장인 B는 성장하고 싶었다. 그게 어떤 성장일지는 몰라서, 일단 시작한 직장 생활이다. 하지만 이 안에 내가 원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왔고, 100%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나름 괜찮은 커리어를 걸어왔다고 자부한다. 물론 B도 그동안 힘들었다. 직장인이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상사들의 무차별 지시와 명령에 ‘그로기 상태’였던 적도 있고, 열심히 만든 기획안이 최종에서 떨어지는 고배도 여러 번 마셨다. 하지만 그런 크고 작은 실패에서 부족함을 느끼게 되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B는 성장에 대한 욕심을 연봉을 통해 나타내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직장인 초년생부터 높은 연봉을 좇아가면 왠지 성장 절벽에 가로막힐 것 같았다. 이전 직장의 선배가 말해줬던, “연봉은 실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는 이상적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래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단, 조직과 개인이 별개로 성장할 수 없기에, 이 둘을 어떻게 하면 함께 성장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결과 “조직이 원하는 것에 내가 원하는 것을 녹일 수 있는“ 경로를 발견한다. 조직의 목적 및 목표 속에 ‘개인적 목표’를 넣는 작업을 하면, 일의 몰입도와 성과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래서 어떤 일을 새로 또는 다시 시작할 때마다 B는 자신에게 묻는다. “이번 업무에서 얻고 싶은 경험, 가치, 역량 등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활동을 점차 고도화하면서, 자신의 실력이 성과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요소 중에 하나라는 것을 입증해간다. 그렇게 B는 남들과는 차별화 된 ‘넘사벽 직장인’으로 변모한다. 겉으로 볼 땐 비슷해 보이지만, 왜 일을 해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일하는지 ‘다른 이유’를 가진 이가 된 것이다. 그렇게 B는 일을 하는 이유를 ‘자신이 바라는 성장’에서 찾았고, 일을 멈춰야 하는 이유보다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더 커졌다. 일을 하면 할수록 성장했고, 행복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게 된 B는 많은 이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즐겁게 일하는 중이다. 모든 것은 일의 철학 덕분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일을 한다. 그중에서 단순한 ‘돈벌이’가 가장 불행한 이유이다. 버는 돈의 액수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게 되면, 나의 성장도 멈췄다고 착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위의 직장인 A와 B 모두 성장하고 싶어 했다. 단지, A는 ‘목적없이 너무 뻔하고, 단기적인’ 성장에 집중했던 것이다. 반면 B는 시작부터 ‘실력 그 자체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B는 스스로 일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를 찾았고, 그로 인해 주변의 인정과 지지를 받게 된다. ‘성장하고 싶지 않은 이’는 없다. 다만, 그 성장이 얼마나 내가 바라는 것이고, 뚜렷하며, 그걸 지속해야 하는 이유를 얼마나 깊게 깨닫는 가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 차이는 일을 바라보는 ‘철학적 차이’에 의해 나타난 결과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그러한 ‘철학과 태도’가 필요하고, 그 철학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직장과 직업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일을 통해 성장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일을 지속할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