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료들과 잘 지내고 싶어 한다. 업무와 관련해 직장 동료와 부딪혀도 최대한 문제를 크게 일으키지 않고 싶어 한다. 나아가 동료들과 신뢰를 구축하길 원하며 그 신뢰가 깨지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일하다 보면 상충되는 의견에 혹은 상대방의 이기적이거나 못된 행동에 실망해 조직원들 사이에서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신뢰는 어떻게 형성되는 것이며, 또 신뢰가 깨지면 이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미국 임상 심리학자 헨리 클라우드가 쓴 <신뢰: 언제 주고받으며 무너졌을 때 어떻게 회복할까(Trust: Knowing When to Give It, When to Withhold It, How to Earn It, and How to Fix It When It Gets Broken)>는 신뢰와 도덕성 간의 차이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저자 클라우드는 상담을 의뢰한 콜린과 섀넌 부부 경험을 이야기하며 신뢰와 도덕성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했다. 부부는 가업을 함께 설립했고 회사를 약 40년 동안 운영했다. 2세에게 가업을 물려주기 전에 릭이라는 임시 CEO를 채용했다.
똑똑한 능력자 릭을 뒀지만 콜린과 섀넌은 이상하게 자꾸 릭이 회사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릭이 직원을 괴롭히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리거나, 횡령을 한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심지어 릭이 내린 대부분의 비즈니스 결정은 좋은 결정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클라우드는 ‘부부가 릭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진단을 내렸다. 콜린과 섀넌은 이 말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결국 인정했다. 그들은 “릭은 엄청 정직하고 도적적인 사람인데 본인들이 왜 그를 신뢰하지 않는 것인지”를 물었다. 클라우드는 “이는 늘 일어나는 일“이라고 답했다.
신뢰는 정직성이나 도덕성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신뢰는 나에게 중요하거나 필요하고 내가 소유하거나 원하는 것을 누군가가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confidence)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누군가가 개인의 필요를 채워주고 그에게 중요한 것을 지켜준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 클라우드가 말하는 신뢰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누구를 신뢰하는가? 저자는 신뢰의 5가지 요소를 설명했다. 1️⃣첫 번째는 이해(understanding)다. 사람은 본인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을 신뢰한다.
클라우드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들은 너무 자기중심적이라 타인이 필요로 하거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볼 여유가 없다. 따라서 누군가가 개인의 희로애락과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지를 진짜 이해한다는 감정이 들지 않는 한 개인은 타인을 신뢰하기 어렵다.
2️⃣두 번째는 동기(motive)다. 클라우드의 경험을 예로 들어보겠다. 몇 년 전 그는 무릎 부상을 입어서 걷지 못할 지경에 도달했다. 하지만 수술을 맡길 정형의사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클라우드가 처음 찾아간 의사는 많은 사람이 추천한 전문가였지만, 그는 간단한 진찰만 하고 인공관절 수술을 권했다.
이때 클라우드는 모두가 훌륭하다고 말한 의사를 신뢰할 수 없었다. 의사가 수술을 권한 동기가 온전히 클라우드를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커리어를 쌓기 위함이라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개인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진심으로 해당 인물에게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
3️⃣세 번째는 능력(ability)이다. 이는 신뢰하는 대상이 개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거나 개인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클라우드는 결혼을 예로 들며 신뢰 구축에서 능력의 중요성을 알렸다.
A와 B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둘은 서로가 서로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이를 지켜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혼이 성사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A가 B의, B가 A의 필요와 가치관을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결혼 생활에서 발생하는 마찰을 해결해 나가는 능력, 돈 버는 능력 등도 배우자를 향한 신뢰에 주요 요소다.
4️⃣네 번째는 성격(character)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성격에는 근본적으로 정직성, 충성, 진실성이 포함된다. “이 세 가지가 없으면 누군가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수 없다”고 클라우드는 단언했다.
5️⃣마지막 요소는 실적(track record)이다. A와 B가 있다. B는 A에게 한 약속을 한 번도 깨지 않고 지켜왔다. 이렇게 ‘신뢰 실적’이 쌓이면 A는 B를 더 깊게 신뢰하게 된다.
하지만 쌓아온 실적이 무너지거나, 맡긴 일에 차질이 생긴다면 B에 대한 A의 신뢰가 서서히 줄어들게 된다. “타인에 대한 신뢰 정도는 해당 인물을 마지막으로 신뢰했을 때 발생한 일에 근거한다”는 클라우드의 말을 새겨 듣고 일하면서 쌓은 ‘신뢰 탑’을 무너뜨리지 않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누군가와 쌓은 신뢰는 언제라도 무너질 수도 있다. 클라우드는 나와 타인 사이에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6가지 과정을 설명했다. 🔸첫째는 신뢰가 무너져 생긴 아픔을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둘째는 신뢰를 깬 상대방을 용서하는 길로 향하는 것이다. 🔸셋째는 개인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다.
🔸넷째는 신뢰가 깨진 상대방과 화해가 가능한지 파악하기다. 🔸다섯째는 신뢰의 5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신뢰가 무너진 상대를 얼마나 다시 믿을 수 있을지 확인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상대방이 신뢰 회복을 위해 변화하고 있다는 실질적 증거를 찾는 것이다. 이렇게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서서히 나와 상대방 사이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