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과 휴가철이 지나고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기다. 물론 여름 내내 별다른 휴가를 가지지 못해서 여름이 끝나는 게 서운한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그런데 휴가를 다녀왔다면 더 행복했을까? 우리들은 정서 예측에 서툴다.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 등은 사람들에게 면접에 떨어지거나 자신이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팀이 중요한 시합에서 졌을 때 얼마나 불행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다수의 사람들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괴로울 것이고 그 괴로움이 몇 달은 지속될 것이라고 응답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는 우리의 상상과 크게 달랐다. 면접에서 떨어져도, 응원하는 팀이 져도 자신이 상상했던 수준만큼 괴롭지 않았으며 보통 1~2 주일 정도가 지나면 다시 원래의 행복도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의 ‘적응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서 ‘심리적 면역 무시(immune neglect)’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상상 속에서 어떤 나쁜 일에만 주의를 집중하고 있을 때에는 그 일이 발생하면 인생의 모든 것이 바뀌어버릴 것 같이 느껴지지만, 막상 나쁜 일이 일어나도 우리 삶의 99%는 여전히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어진다. 어떤 일이든지간에 막상 일어나고 보면 생각보다 별 거 아닌 일이 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카네만은 어떤 일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나쁜 일에도 금방 적응하지만 우리는 안타깝게도 ‘좋은’ 일에도 금방 적응한다. OO만 일어나면 인생역전에 평생 행복할 것 같다고 상상하지만,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난다 해도 평생 행복을 느끼게 되지는 않는다. 그 OO(취업, 복권 당첨 등)을 이루어도 약 한달 정도가 지나면 그렇게나 즐거웠던 일은 그저 그런 일, 새로운 ‘일상’이 되고 우리는 다시 원래의 행복도를 회복하고 만다. 네덜란드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에 의하면 ‘휴가’ 역시 그렇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약 1500 명의 휴가를 가거나 가지 않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휴가 전과 후의 행복도를 비교해보았다. 그랬더니 휴가가 사람들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었던 시점은 휴가를 갔다온 후가 아니라 가기 ‘전’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떠나기 전 휴가에 대해 계획하고 기대/상상하던 때가 제일 행복하고 막상 휴가를 가서는 약 14%의 사람들이 휴가가 스트레스였다고 응답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낯선 곳에 가니 생기게 되는 긴장감, 같이 휴가를 간 가족이나 친구와의 불화, 신체적 피로 등이 휴가지에서 흔히 겪는 스트레스라고 한다. 휴가 전의 행복도는 휴가를 간 사람이 가지 않은 사람에 비해 높은 경향이 나타났지만, 휴가를 다녀와서의 행복도는 휴가를 갔다 온 사람과 가지 않았던 사람 사이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휴가를 ‘스트레스 전혀 없이’ 정말 여유롭게 릴렉스하며 보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휴가를 다녀와서도 2주 정도 더 행복한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도 2주 후에는 역시 원래의 행복도를 되찾는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우리가 휴가를 즐겁게 생각하는 것은 휴가를 가기 전 준비, 기대와 상상의 과정의 즐거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휴가의 시간은 짧지만 이를 준비하며 꿈에 부푸는 시간은 몇 달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휴가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또 다른 요인은 우리의 ‘기억’이다. 많은 사건들이 실제 체험할 때보다 ‘기억’ 속에서 아름다움을 지적하는 학자들이 있다. 경험 당시에는 즐겁기는 커녕 고생이 많았거나 위험천만했던 일일수록 훗날 떠올리면 ‘특별’하고 재미있었던 일로 추억되곤 한다. 경험은 순간이지만 그 기억은 오래 간직되며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고 미소지을 수 있는 즐거움 주머니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생을 사서 하며 ‘추억 만들기’에 열중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실제 경험 못지 않게 그 전의 준비 과정과 후의 기억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행복은 ‘과정’에 있다는 말처럼 전과 후의 과정 하나하나를 즐길 줄 아는 능력이 행복을 최대화하는 습관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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