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위임(empowerment)은 구성원 성장과 조직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실제로 조직 현장에서 권한위임은 다양하게 해석되고 발휘되어 왔다. 자신의 권한을 남과 나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을 끌어안고 사는 리더들의 대부분은 일을 독점해야 생존이 보장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구성원에게 주기도 아까운 일을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성원에게까지 나눠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일을 독점하는 리더가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익숙한 일만 하려는 리더에게 일은 몸값이고 밥값이며 권력인 동시에 생존이다. 자신이 위험해지고 싶지 않은 강박증 때문이다.


물론 단기성과만 강조하는 요즘 조직 현실에서 이러한 절박한 생존본능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리더가 변하지 않아도 안전했던 시절은 사라졌다. 변하지 않으면 곧장 위험해지는 시절이다. 변화는 리더의 생각보다 빠르고 다양하며 갑자기 다가온다. 권한위임도 마찬가지다.


권한위임은 구성원의 성장을 도모하고 몰입을 유도하여 조직성과로 연결하는 중요한 과정이지만, 리더 자신의 성장과 구성원 몰입을 주도하고 성과를 창출하여 진짜 리더로 생존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권한위임은 리더에게 숙명과도 같은 선택이며 기회다. 권한위임에 실패하면 멈추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1️⃣‘학습’이 멈춘다.

익숙하게 잘해왔던 일만 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리더의 경험보다 세상의 변화가 더 빠르고 조직의 요구도 다양하다. 하던 일만 하다 보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민첩하게 학습할 시간과 기회를 놓치게 된다. 구성원과 열린 소통의 기회마저 부족하다면 과거 경험에 갇혀 리더 홀로 고립될 공산이 크다.


리더는 위임이 필요한 일과 직접해야 할 일을 구분해 권한위임을 실천하고 자기만을 위한 학습의 절대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직은 리더가 알고 있는 일만을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2️⃣‘추종’이 멈춘다.

배려 없는 리더보다 공정하지 않거나 얻을 것이 없는 리더를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는다. 자신의 성장을 외면하는 리더를 따르는 바보 같은 구성원은 없기 때문이다. 고용계약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이다. 조직에서 성장하고 행복해질 가능성에 따라 조직과 리더에 대한 추종을 구성원은 결정한다.


이러한 현실이 리더의 마음을 서운하게 할지는 몰라도 원치 않는 수치심을 리더만 품게 된다면 더 견디기 힘든 일이다. 리더는 구성원의 성장을 의도적으로 역설하며 권한위임의 기회를 기꺼이 제공해야 한다. 이미 내 부하가 내 편일 아닐 수 있고 리더 본인이 그들의 롤모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익 없는 추종은 없다.


3️⃣‘용기’가 멈춘다.

일은 사람을 길들인다. 하던 일을 잘하게 되면 그 일만 하고 싶어 지기 마련이다. 누구나 ‘고정 마인드셋’에 빠지기 쉽다. 잘하는 일만 하려는 심리다. 이정도면 자기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가를 생각하지 못하는 메타인지 장애 상태가 된다. 머리와 가슴이 아니라 몸이 자동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일을 새롭게 할 용기도 사라진다. 겉으로는 숙련가지만 실제로는 이미 용기를 잃고 불안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셀프 꼰대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은 남에게 관심이 없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다. 리더 또한 자신을 돌아보고 위로하며 스스로 용기를 부여해야 한다.


4️⃣‘성장’이 멈춘다.

쉬운 일에는 경쟁이 많고 힘든 일에는 기회가 많은 법이다. 권한위임에 실패한 대부분의 리더는 자신이 덜 위험해지기 위해 아무런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던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더 자신의 성장에 필요한 기회를 거부하면 생존의 기회도 사라진다. 자신 없는 일이 두려워 구성원들에게 그냥 던지거나 강요하면 저항에 직면할 뿐 아니라, 리더 본인의 성장은 멈추고 조직도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게 되어 점차 잊혀지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결국 권한위임은 리더를 위한 기회다. 리더의 자신감 넘치는 권한위임을 조직이 응원해주는 일도 필요하지만, 리더 스스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던 자신의 역사와 경력을 점검해보고 자신감 있게 권한위임을 하는 것이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금요아침)권한위임은 리더를 위한 기회다

전기신문

(금요아침)권한위임은 리더를 위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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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2일 오전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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