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같음을 강조하는 회사를 조심하라!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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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사적인 공간이나 사적인 관계가 아니다. 지극히 공적이고, 계약에 얽힌 냉정한 관계이다. 여기서 끈끈함이나 인간적인 정을 내세우는 것은 넌센스이다. 정에 이끌려 책임과 의무가 약해질 수도 있다.
‘우리가 남이가?’를 내세우며 월급이 늦을 수도 있고, 야근수당도 없이 야근시킬 수 있고, 당연한 권리인 휴가도 못쓰게 할 수 있다. 회사는 남과 남이 계약에 의해 만든 관계다. 돈을 주고받고 그에 상응하는 노동을 하는 지극히 냉정한 계약관계다.
가족같은 기업이 되려면, 우선 냉정한 계약관계가 아주 충실히 만족스럽게 구현되어야 한다. 그러고나서 정을 강조하던지, 끈끈함을 강조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것은 상관없다.
직원들에게 회식도 자주 시켜주고, 직원들 생일이나 축하할 일도 잘 챙겨주고, 주기적으로 직원들과 개인면담도 하고, 철마다 1박2일로 워크샵을 가는 회사가 있다. 가족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며,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자, 계속 관계를 지속시켜가자, 너희를 신뢰한다, 앞으로 회사가 커지면 그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는 등의 얘길 자주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직원들을 잘 케어하는 회사의 신뢰받는 좋은 경영자의 사례처럼 보이고, 조직이 아주 끈끈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직원들이 계속 퇴사하고,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는게 반복된다. 퇴사하는 직원치고 웃으며 나간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왜 그럴까? 언행 불일치 때문이다. 그리고 가족같음에 대한 이중적 행동 때문이다.
정말 가족이라면 잘못도 슬쩍 눈감아도 주고, 격려도 해주고, 칭찬과 동기부여도 해주고, 서로 도와주기도 하고, 능력이 모자라면 키워주기 위한 투자를 하거나 기다려주는 배려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해관계에 따라서 어떨때는 가족같음을 강조하다가, 어떤 때에는 지극히 냉정한 계약관계를 강조하는 것이다.
직원이 사소한 실수를 하거나 하면 감정선을 건드리는 직설적 얘기를 하거나 직원을 닥달하는 경우가 많다. 직원을 못믿거나 쉽게 자르려는 태도도 보인다. 잦은 야근도 방조하면서, 직원들의 환경 개선에는 투자하지 않고 말로만 직원을 위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이 리더를 얼마나 믿고 따를 수 있겠나?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있겠나?
물론 직원들을 먹여살리려고 사업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직원들도 사장 먹여살리려고 일하는 것이 아니다. 둘 다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에 의해서 자신의 생존과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안다.
가족같은 관계라는 말 속에서 두루뭉술 일하지말고, 일에서만큼은 냉정하고 치밀해보자. 정말 가족같은 회사를 만들고자 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신뢰와 배려, 그리고 희생이란 말을 되새겨야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상황에서 ‘가족’이란 말을 함부로 ’회사‘ 앞에다 붙이지 마라. ‘가족’은 그렇게 함부로 붙일 가벼운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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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8일 오후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