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와 동시기에 사명 변경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케터로서 사명을 바꿔볼 일이 뭐 얼마나 있을까요?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입사 초기였지만, 사명 변경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참여하여 내부 회의와 커뮤니케이션을 맡아했습니다.
기간은 3개월.
브랜딩 전문 에이전시와 함께 사명 바꾸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기존 사명이 갖고 있는 단점들을 뽑아냈습니다.
1) '코리안앳유어도어(Korean At Your Door)'는 사명이 너무 길었고 내부에서는 자체적으로 케이드(KAYD)라 줄여 부르고 있었습니다.
2) 장애인 한국어 강사 교육으로 시작한 회사에서 현재는 한국어 뿐만 아니라 외국어, 심리 케어, 개발자 등 다양한 직무로 확장되며, '한국어'에 한정된 사명을 바꿀 필요가 있었습니다.
사명을 뽑기 전, 우선 내부에서 회사를 바라보는 모습은 무엇인지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꽤나 놀라웠습니다.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회사의 모습은 어떤 형태인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일을 하는지 등에 대해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애인 교육 회사다 보니 처음에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가 나올거라 생각했습니다. 역시 처음에는 '착하다', '따뜻하다', '느림의 미학' 등 '장애인 회사'라고 하면 흔히들 생각해볼 수 있는 키워드들을 갖고 핵심가치를 조합했었습니다.
하지만 회차가 지날 수록 속에 있는 이야기들이 나오며 솔직한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우리가 마냥 따뜻하진 않잖아. 때론 고객사 고를 때도 까탈스럽게 고르고, 조건도 까다롭게 볼 때도 있잖아."
맞다. 우리 회사는 마냥 착한 회사는 아니다. 착한 일을 하지만, 모든 일을 웃으면서 하진 않는다. 현실적인 이야기다. 선생님들이 앞에서 원활한 수업을 위해선 뒷단에서 준비해야될 일이 많다. 이 문제로 때로는 협력사와 싸우기도 하고, 기싸움을 할 때도 있다.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가 나왔다. 기존 'Kind'에서 'Not just Kind'가 되었다.
우리는 착하지만은 않다. 때론 제대로된 일을 위해 까탈스럽게 굴기도 한다. 이게 솔직한 의견이었다. 이 관점으로 부터 나머지 핵심 가치들도 완성되었다. 우리는 Not common(special)하고, 회사 구성원들이 기본적으로 유쾌함을 탑재하고 있어 또 따분하지도 않다(Not boring).
이렇게 핵심가치가 나왔다. 상부에서 딴 소리 안나올만한 뻔하지만 안전한 끼워 맞추기 식이 아닌 꾀나 진정성 있는 핵심가치가 나왔다.
Not just Kind
Not common
Not boring
위의 핵심가치 아래 다양한 네임 후보군이 나왔다. 한 100개는 나왔다. 어떨 때는 '까탈스러움'에 너무 몰입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특별함'에만 치우쳐져 너무나 마이너한 안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타협한 안이 바로 '하티웍스'다. Hearty(따뜻한 마음)을 담은 이름이라 우리가 지양하던 뻔함이 그대로 드러날 것을 우려했지만, 로고를 좀 더 키치하고 장난스럽게 풀어내어 뻔함을 조금 덜어냈다.
그렇게 탄생한 하티웍스. 12월에 인사담당자와 장애인 선생님 100여 명이 모이는 대축제에서 새로운 사명을 발표 시기와 맞물려 마지막에 극적으로 타결한 안이었다. 발주도 거의 하루 차이로 어렵사리 우겨 넣어 (제발 빨리 보내달라고 부탁(닥달)을 한 덕분에(?) 제 시간에 받아) 새로운 로고가 찍힌 굿즈도 만들어 하나씩 나눠드릴 수 있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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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6일 오전 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