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2022년 07월 25일조회 973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대기업 SI에서 3년차로 일하고 있는 개발자입니다. 처음에는 돈도 넉넉히 받고 안정적이어서 별 불만 없이 다녔는데, 점점 대기업의 관료화된 시스템과 낡은 문화에 지쳐가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조금 더 챌린징한 개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있구요. 그런데 사실 저는 위험회피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 선뜻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스타트업계로 뛰어들기에는 좀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혹시 저와 같은 고민/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 분이 계실까요? 저는 개발자이긴 합니다만, 직무와 무관하게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해보신 분이 계시다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현재 후회는 하지 않으시는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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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님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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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주신 고민에 많은 공감이 되어서 제 경험을 답변으로 남겨 봅니다. 저는 대기업 사내교육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여 3년 조금 안 되게 근무하다가,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퇴사했습니다. 이후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기획과 HR 업무를 한지도 약 2년 반 정도 되었네요. 저 역시 위험회피 성향이 높아서 퇴사하기 전까지 고민을 많이 해봤습니다. 그래서 2년 차 초반부터 퇴사를 생각했지만, 여러 안을 고민해보느라 1년 넘는 시간을 쓰고 결국 3년 차에 퇴사했었어요. 팀 안에서 업무를 바꿔보면 해결될까? 팀을 이동해보면 해결될까? 본사로 가면 해결될까? 아예 계열사를 바꿔서 그룹 안에서 이동해볼까? 다른 대기업으로 가볼까? 여러 방법을 놓고 고민해봤지만, 제가 괴로웠던 부분은 '대기업의 규모'로부터 기인한 특징이었으므로 결국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괴로웠던 점은 크게 아래 2가지입니다. 1. 의사결정 속도가 너무 느리고, 오래 기다린다고 해서 그 일이 진행될지 아닐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hold 되는 것도 아니라서, 의사결정이 지지부진한 과정 중에도 계속 되는 페이퍼 워크와 보고를 피할 수 없다. 2. 승진 연한, 레벨에 따른 업무 내용과 범위, 연봉 테이블이 정해져 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잘한다고 해도 정해진 범위 안에서만 보상 받을 수 있다. 더 큰 보상을 받고 싶다면 진급하거나 (하지만 fast track이 있다고 해도 최소 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타임라인이 너무 길다) 존버해서 장기근속 해야 한다 (이것 역시 타임라인이 너무 길다.) 의사결정의 속도가 느리고 일이 지지부진하기 쉬운 이유는 '규모가 커서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있던 그룹의 오너가 이런 말을 한 적 있어요. "제가 '여러분 저쪽을 좀 보세요' 하고 손가락을 가리키면, 10만 명이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데만 한 세월이 걸린다. 조직이 크기 때문에 무언가를 변화시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당연하다"라고요. 저는 이 말이 참 좋더라고요. 대기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수용하는데 도움이 되었거든요. 대기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고 그래야 하는 부분은 그런 것이고, 또 제가 그게 괴로운 사람인 것은 별개이니 절이 맞지 않는 중이 떠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ㅎㅎ '저길 봐!'라고 확실하게 손가락을 가리키는 리더가 필요했고, 리더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빨리 돌려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작은 조직으로 가서 저도 똑같이 빨리 결정하고 빨리 움직여보고 싶었어요. 승진 연한, 레벨에 따른 업무 내용과 범위, 연봉 테이블이 정해져 있는 것 역시 조직의 규모가 크고 수명이 길기 때문에 당연한 부분이었습니다. 이해관계자가 많은 덩치가 큰 조직은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맞으니까요. 이것 역시 제가 맞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 뿐이니 나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저는 제가 열심히 하고 잘 하는 만큼 권한을 얻고 싶었고, 영향력의 범위도 넓었으면 했고, 금전적인 보상도 따라왔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사람이었으니까요 ㅎㅎ 자신감도 있었던 것 같아요. 나가서도 잘할 수 있는 사람일 거라는.. 하지만 야생은 녹록찮더라고요ㅋㅋㅋㅋ 초반에는 자괴감도 많이 들었습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전제와 메커니즘이 다른 환경이라 그것부터 적응하느라 고생했습니다. 사실 나는 온실 속에서나 인정 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지, 야생에 꺼내두면 형편 없는 사람이 아닐까. 오만한 결정이었나. 이런 생각하면서 한동안은 많이 울었던 것 같고요 ㅎㅎ 하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열심히 적응하고 발전해보려 했고, 다행히 잘 적응한 것 같습니다. 대기업의 생리보다 스타트업의 생리가 더 잘 맞는 사람이 맞았던 것 같고, 저에게는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게 너무 다행이게도 후회는 없어요. 대기업을 그만 두고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케이스가 제 주변에 많지 않아서, 이와 같은 고민을 하는 지인들이 저를 많이 찾고는 하는데요. 저는 왜 그만 두고 싶은지 이유들을 들어보고 그것이 '대기업의 규모적 특성' 때문에 기인한 문제가 아니라면 '퇴사하지 않기'를 권장하는 타입입니다. 그만큼 리스크가 따르는 결정이기 때문에 저는 나왔어도 지인들한테 나오라고 말하기가 어렵더라고요. 특히 그 문제가 '대기업을 나와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지금 현재 상태에서 다른 방법을 먼저 찾고 실행부터 해보라고 말해줍니다. 글쓴 분께서도 지금은 이유를 '대기업의 관료화된 시스템과 낡은 문화'에 지쳤다고 하셨는데요. 물론 지긋지긋하신 마음,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한 번 더 냉정하게 이유를 digging 해보시길 추천 드려요. 내가 지치고 괴로운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야, 유효한 솔루션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때 찾으신 문제가 위에서 제가 말한 것처럼 대기업의 규모적 특성 때문에 바뀔 수 없는 것이라면 나오셔도 늦지 않은 것 같습니다. 챌린징한 환경에 스스로를 던져 발전하고 싶어하시는 마음,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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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작성자

2022년 07월 26일

정성스러운 답변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제 향후 커리어를 결정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많이 참고하고 고민도 많이 해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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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 5년 넘게 근무하다가 창업을 하게 되었는데요. 개인마다 관점은 다르겠지만 두 가지를 고민했습니다. "대기업에 있는게 위험 회피를 하는게 맞나?"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퇴사를 해야할텐데, 그렇다면 언제 퇴사하는게 최적일까?" 그리고 선택에 대해서는 만족합니다. 아래 글에서 더 자세히 써보았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https://brunch.co.kr/@ka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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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작성자

2022년 07월 26일

두 가지 관점 모두 제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들이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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