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자신의 역량을 행동으로 옮기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패턴을 일컬어 ‘리더십 스타일’이라고 한다. 조직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리더의 행동패턴을 의미한다. 리더십 스타일은 조직의 일하는 방식과 분위기는 물론, 성과로 이어지는 구성원의 행동을 좌우한다.


리더에 오른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 조직을 한방향으로 정렬하고 성과를 관리하는데 능하며,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이들을 변화 시키는데 우수하다. 그런데 이러한 역량을 펼치는 스타일은 리더의 수 만큼이나 다채롭다.


누군가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누군가는 적극적인 권한 위임으로 리더십을 발휘한다. 구성원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리더가 있는가 하면, 적극적인 멘토링으로 구성원 육성에 신경쓰는 리더도 있다.


스타일은 성격과 구별된다. 성격은 사람 내면의 타고난 모습으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반면 스타일은 ‘어떤’ 언행을, ‘얼마나’ 자주, ‘언제’ 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사회언어학자 하워드 자일스(Howard Giles)는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남들을 인식할 때 사용하는 언어와 행동을 연구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언행을 소셜 마커(social marker:사회적 표식)라 명명한다. 리더 역시 조직에서 특정한 소셜 마커를 보이는데, 이런 표식들이 합쳐져 리더의 스타일을 형성한다.


리더가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는 소셜 마커는 권위(power)와 매력(attractiveness), 두 범주로 나뉜다. 권위적 표식은 자신감, 카리스마, 영향력 표출과 관련 있다. 매력적 표식은 상냥함, 친근함, 배려를 표현하는 모습과 관련 있다. 같은 범주의 소셜 마커를 일관되게 보일수록 리더의 스타일은 뚜렷해진다.


리더십 스타일은 리더 경력을 성공적으로 이어가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업무능력은 뛰어난데 적절한 리더십 스타일을 갖추지 못해 경력의 한계에 부딪치는 리더를 종종 목격한다. 미숙한 리더십 스타일이 우수한 업무능력을 깎아내리는 경우다.


반대로 실무능력은 그저 그런데 남다른 스타일로 경력의 사다리를 성큼성큼 올라가는 리더도 있다. 탁월한 리더십 스타일이 실제보다 리더를 더 유능하게 만드는 경우다.


대다수의 리더십 개발 방법론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사항이 있다. 다양한 리더십 스펙트럼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돌아보게 하는 걸 리더십 개발의 시작점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리더에게 자신의 스타일을 확인시켰다면, 이제 다른 범주의 소셜 마커를 섞어 쓰도록 장려할 차례다. 특정 스타일을 고수하기보다는 좀 더 다양하고 복합적인 스타일을 발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든든한 조언자로 보여지고 싶다면 매력적인 표식을 보여주는게 유효하다. 카리스마 있는 선도자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을 때는 권위적 표식을 많이 비치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권위적 스타일을 사용할 때와 매력적 스타일에 의지해야 할 때를 어떻게 구별할까?


리더들이 흔히 보이는 양상은 연장자이거나, 직급이 더 높거나, 인맥이 많을 때와 같이 자신의 지위 또는 관계가 우위에 있다고 느낄 때는 권위적인 모습을 보인다. 반면 자신이 상대보다 아래에 있거나 경험이 부족할 때는 평상시보다 매력적으로 행동하려 한다. 어떠한 상황이든 지위와 관계에 의지하며 비슷한 스타일을 내비친다.


반면 탁월한 리더들은 상황에 알맞은 소셜 마커를 재빨리 취할 줄 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때에 따라서는 한가지 상황에서도 스타일을 바꿔가며 효과적으로 리더십을 발현하려 애쓴다. 주어진 상황을 물론이고 상대가 보이는 소셜 마커까지 감지해 어떤 리더십 스타일이 효과적일지 판단한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경험과 역량이 부족하거나 업무 마감기한이 촉박한 상황이라면 지시형이나 솔선형 스타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게 효과적이다. 반대로 리더가 조직에 보임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구성원의 경험과 역량이 우수한 경우에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자유로운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참여형 스타일이 효과적이다.


상황에 적합한 리더십 스타일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 외에 주의할 점이 또 하나 있다. 구성원이 인식하는 리더의 스타일은 리더가 원래 의도한 스타일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둘 간의 격차가 적을수록 리더십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구성원과의 갈등이 생기는 건 물론이고 의도한 대로 조직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의도한 리더십 스타일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구성원들은 냉소적으로 변한다. 학습된 무력감에 빠지고 만다. 이에 건설적인 조직 분위기는 고사하고 팀원들은 리더의 눈치를 살피며 리더가 듣고 싶은 말을 찾는데만 급급하게 된다. 이는 곧 리더십의 실패로 이어진다.


본질적으로 좋거나 나쁜 리더십 스타일은 없다.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스타일만이 있을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리더십 스타일은 의도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익숙하고 편안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는 다채로운 리더십을 펼쳐보자.


다른 범주의 소셜 마커를 역동적으로 결합해서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두 개의 의도적 노력만으로도 충분하다. 리더를 바라보는 인식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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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5일 오전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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