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일할 때) 영어를 못할 때의 장점

내가 실리콘밸리로 우연찮게 넘어가게 된 때는 만 31살이 되었을 때였다. 그 전까지 한번도 미국에서 살 꺼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영어 회화 공부는 해본 적이 없었다. 미국에 넘어가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보통 오전 10시전에 출근해서 새벽 1시 정도까지 일하고 퇴근하는 힘든 나날이었지만 집에 가면 와이프와 프렌즈 받아쓰기와 따라하기를 하며 나름 공부를 꾸준히 했는데 그렇다고 금방 늘지는 않았고 발음은 사실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깨달은 것이 하나가 있었는데 말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듣기 능력이란 점이었다. 내가 계속 한국에 살았다면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그렇게 집중해서 듣지 않았을 텐데 영어로 이야기하다보니 일단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게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즉 내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상대가 하는 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어쩌다 보니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현란한 말로 승부를 볼 수가 없다보니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고 말이 많이 하는 것보다는 명확하게 하는 습관이 생겼다. 또한 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말을 하는 톤과 바디 랭귀지가 사실은 말 만큼 중요하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언어란 결국 사람들간의 의사 소통이다. 내가 나만의 이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고 공동의 이익을 만들려 하는 사람인가가 중요하다. 개발자로서 사실 영어는 처음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지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중요해지며 이는 현란하게 발음을 하고 그러는 것이 아닌 어눌하고 문법이 틀려도 본인의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으면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팀플레이어로 결과를 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난 영어를 못해서 일을 잘 못해라고 하며 영어의 미숙함 뒤에 숨는 사람들을 실리콘밸리에 가끔 보게 되는데 그 단계를 벗어나는 간절함이 먼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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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일 오전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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