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럴 때 추천해요 : "내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고 싶을 때"
01 . 책을 만나는 루트는 예상외로 참 다양합니다. 언제, 어디서 만나느냐, 누구를 통해 만나느냐, 어떤 감정을 가지고 만나느냐와 같이 상황적 혹은 개인적인 이유들을 모두 조합하자면 사실 책 한 권을 선택하는 것 역시 나름의 인연이라 봐도 무방하죠. 그래서 저는 좋은 시기에 좋은 책을 만나면 그건 행운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02 . 그중에서도 저는 연역법에 가까운 인연과 귀납법에 가까운 인연이 각각 존재한다고 봅니다. 대부분은 특정한 작가의 특정한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좋은 문장들을 주워 담는 게 일반적이지만,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조금씩 긁어모은 문장들이 나중에는 하나의 큰 실로 꿰어지는 일도 있기 때문이죠. 이른바 귀납적인 인연으로 책을 만나는 순간이 바로 이런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03 . 제게는 헤르만 헤세도 그랬습니다. 사실 유명한 작품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저는 ⟪데미안⟫이나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서⟫와 같은 작품들을 꽤 오랫동안 읽지 않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살면서 제 마음을 움직인 문장들을 만나는 순간 속에서, 꽤 많은 글들이 '헤르만 헤세'가 쓴 글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생각이 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마치 인생을 살며 한번은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을 읽으라는 신호와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04 . 뭐 그렇다고 모두가 꼭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읽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제가 읽었다는 사실을 거들먹거리고 싶은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다만 만약 여러분 중 누군가가 '아 그래도 헤르만 헤세 작품을 한 번은 읽어봐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면, 하지만 아직 도전할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면 저는 이 책부터 읽어보는 것 역시 꽤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리는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라는 책입니다.
05 . 이 책은 그동안 헤르만 헤세가 쓴 시와 소설, 편지와 에세이 등에서 발췌한 다양한 글들을 엮은 책입니다. 물론 시중에 헤세와 관련한 책들이 너무 많이 나와있는 탓에 이 책 역시 그리 다를 것 없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구슬들을 좋은 실로 꿰어낸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헤세가 가진 삶에 대한 관점을 아주 세심하고 얇게 저며내 소개하고 있다는 게 생생하게 체감되고, 그의 모든 작품과 인생을 철저하게 이해한 후 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문장들을 배열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06 .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를 그저 '헤세의 주옥같은 문장들'이 아닌 '세상을 미워했지만 그만큼 사랑해 마지않았던 상반된 자아'로 엮어냈다는 사실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란 제목에도 낯설음을 느끼거나 반감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의 작품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의 문장들의 힘을 재차 느끼게 해주는 제목이라 여겼죠.
07 . 그러니 혹시 평소 헤르만 헤세에 대해 약간의 궁금증과 약간의 동경과 약간의 문턱과 약간의 어려움을 느끼고 계신 분이라면 이 작품으로 헤세를 먼저 만나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책은 '온전히 통째로 만날 수 있는 인연'이 있고, 헨젤과 그레텔처럼 '작은 부스러기들을 따라가며 목적지에 다다르는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중요하다를 따지기 이전에 여러분이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해보는 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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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4일 오후 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