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이 착각하는 것이 여럿 있다. 우선은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면 당연히 1등 기업이 된다.’는 것이다. 품질이 우수하지 못하면 좋은 기업이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품질이 우수하다고 모든 기업이 다 최고의 기업이 되지도 않는다.


사실 요즘은 품질에 신경 쓰지 않는 기업은 없다. 모든 기업은 품질에 목숨을 걸고 있고 우수한 품질은 당연한 것이다. 모두가 1등이 될 수는 없다. 우수한 품질도 회사 문 밖을 나가면 당연지사가 되어 버린다. 품질은 우수한 기업으로 가는 첫째 관문일 뿐이다.


두번째는 ‘연봉만 많이 주면 인재들이 몰려들 것이다.’라는 것이다. 직장인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은 잠자는 8시간을 제외한 16시간 중 10시간 정도지만 출퇴근까지 합치면 족히 13시간 정도는 된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회식이나 모임 시간 등을 합치면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회사와 관련해 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평소 깨어 있는 시간 중 겨우 1~2시간 정도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인데 이마저도 머릿속에서 회사 일을 지우기 쉽지 않다. 그래서 높은 연봉 대신 자신을 위한 시간적인 여유를 생각하며 소신 있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돈도 중요하지만 살면서 뭔가 더 가치 있는 것을 찾는 인재들이 늘고 있다. 경험에 의하면 승진과 연봉 인상이 긍정적인 삶의 자극제가 되기는 하지만 기간은 겨우 3개월 길어야 6개월이 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들은 저마다 멋진 비전을 가지고 있다. 거창한 구호나 문구를 큼지막하게 걸어놓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런 문구를 선정하고 홍보하는 데에도 상당한 공을 들인다. 비전, 미션, 행동강령, 중점 추진 과제 등등 그럴싸한 말로 포장해서 직원들에게 주입시키고 때로는 강요도 한다.


그런데 어떤 비전을 정하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전을 어떻게 공유하고 얼마나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해 나가는가일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군대, 직장에 이르기까지 항상 우리의 머리 위에는 뭔가 구호들이 적혀 있었다. 교훈, 사훈, 급훈의 형태로 딱딱하고 비장한 문구가 있었지만 지금 제대로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다.


대부분 거기서 거기인데,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가 빠져 있었다. 머나먼 목표만 제시했을 뿐 누구와 함께 가거나 어떻게 갈 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전혀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기업마다 멋지고 화려한 목표와 목적지를 얘기하지만 가는 방법을 상상하는 개개인들은 다 다르다. 그러니 매번 엇박자만 날 뿐이다.


멋진 말의 향연을 보면 어떤 기업이 더 멋진 말을 만들어내는 지 경쟁하는 것 같다. ‘세계’ ‘인류’ ‘공동체’ ‘발전’ ‘성장’ ‘도약’ ‘가족’ 등 인류를 위해 일하지 않는 회사가 없고, 봉사하고 희생하지 않는 기업이 없다. 하지만 정작 조직 구성원 개개인은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들은 바 없고 아는 바도 없다.


현실은 그저 시키는 일에 치여 살 뿐이다. 조직 내/외부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대부분의 장벽은 물리적 장벽이 아니라 심리적 장벽이다. 변화와 혁신이 어려운 이유도 ‘나의 업무와 나의 생활과 무슨 관련이 있으며, 내가 뭘 해야 할 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부재한 탓이다.


‘대우 받고 싶은 만큼 고객을 대우하라!’ 아마 회사가 이런 업무 원칙을 정해 놓았다면 4지 선답형에 능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고객 응대원칙이다. 땅콩 봉지를 까서 접시에 담아주는 것까지 세세하게 규정해 놓지 않아도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서 맞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만족을 확대하면 기업 성장으로 이어진다.


‘기본원칙 1. 모든 상황에서 최고의 판단을 내리시오. 더 이상의 원칙은 없습니다’ 이 핵심가치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노드스트롬백화점의 원칙이다. 세일이 끝난 다음날 재고가 없던 고가의 바지를 세일가격으로 사고 싶어한 고객에게, 길 건너 경쟁사 백화점에서 정가로 사서 세일가격으로 판매한 사례 등 노드스트롬에는 전설 같이 전해오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적자를 거듭하다가 회생이 거의 불가능해 보였던 일본의 한 회사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수장이 온 뒤로 회사가 조금씩 바뀌더니 몇 년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하고 오히려 수익성 높은 회사로 변모했다. 아시아 최대 항공사로 명성을 날렸던 JAL 이야기다.


누적적자에 허덕이던 2010년 1월 법정관리 신청 밖에는 길이 없었다. 이런 JAL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가 바로 교세라의 창업자이며 ‘경영의 구루’라고 칭송 받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었다. 그가 맡은 지 3년 만에 JAL은 부활했다. 운이 좋아서도 아니요 매사가 쉽게 풀려서도 아니다.


카르마경영, 아메바경영, 숫자와 책임경영을 강조하던 그였기에 JAL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4만8,000여명의 직원들 중 30%가 넘는 1만6,000명을 구조조정 했다. JAL의 직원들 성향이 온순해서 시키는 대로 했을까? 당시 JAL은 정년 퇴직한 스튜어디스에게도 500만원이 넘는 연금을 지급해온 강성노조의 기업이었다.


그런 JAL이었지만 이나모리 가즈오 자신은 연봉도 월급도 없이 ‘JAL을 사랑한다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시오’라며 설득하고 또 설득하며 구조조정을 진두지휘 했다. 이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렇게 구조조정을 마친 뒤 2012년 3월 결산 결과 2조2,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리게 된다.


세상은 머리 좋은 사람들의 현학적이고 추상적인 말장난을 통해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는 우직하게 손발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 변화는 커뮤니케이션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다. 여론을 움직이는 것도, 기업 매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내부 직원을 움직이게 하는 것도 결국 커뮤니케이션이다.


‘생각은 내가 할 테니, 당신은 시키는 대로만 하시오’ 하는 리더들이 많다. 이건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오히려 장벽을 쌓는 것이다. 또 생각은 산더미처럼 해놓고 손톱만한 행동도 보이지 않는다면 이 또한 무의미하다. 변화는 실천으로 시작해서 실천으로 끝난다. 그리고 그 실천을 이끌어 내는 힘은 바로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구동진 칼럼 : CEO만 보세요] 커뮤니케이션, Good Company로 가는 비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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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1일 오후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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