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는 자세, 각만 보면 나와요. 재료 정리해놓은 것만 보면 알고. 칼 놓는 방향만 봐도 알고. 맛 이전에 태도에서 승부가 나요.”


안성재(42)는 <흑백요리사>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백종원과 함께 심사위원으로 나선 그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미쉐린 3스타 셰프. 맛이 아니라 요리사의 기본기와 음식의 맥락을 날카롭고 엄격하게 평가해 대중을 사로잡았다.


“고기가 이븐하게 익지 않았어요”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는 채소의 익힘 정도거든요” “간이 타이트하게 들어갔어요” “완성도가 없는 테크닉은 테크닉이 아니에요”…


안성재의 심사평은 어록으로 만들어졌다. 심사 장면은 수많은 패러디와 밈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 나갔다.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아 “뽀로로 다음으로 초통령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인기를 실감하나?

🅰️너무 많이 알아보셔서 민망할 정도예요. 예상하지 못한 일입니다. 오래 함께 일한 직원들은 ‘셰프님 원래 말투이고 음식을 대할 때 자세라 자연스러웠다’고 하더라고요. 평소 음식과 직원과 손님을 대할 때 최대한 전문적이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모습이 대중에게는 신선하고 긍정적으로 비친 것 같습니다.


*️⃣가장 황당했던 해프닝은 뭔가?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운동회에 응원하러 갔는데, 진행이 안 되는 거예요. 저를 너무 반겨가지고(웃음). 6학년 친구들이 ‘셰프님과 찍은 사진을 졸업 앨범에 넣고 싶다’고 부탁해 교실에 들어가니 소리 지르고 난리였어요.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왔고 감격해 우는 여자아이도 있었고.


*️⃣어른들은 별 반응이 없었나?

🅰️안 셰프를 보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세를 돌아보고 가다듬게 됐다는 말을 전문직 종사자들께 많이 들었어요.”


*️⃣제작진에게 ‘고든 램지처럼 화내고 욕하고 집어 던지는 짓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출연했다는데?

🅰️많은 요리사가 인생과 자존심을 걸고 요리합니다. 웃음거리로 소비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인생의 항로가 급회전했는데?

🅰️요리 학교는 비싼 수업비를 낼 학생들을 최대한 끌어모아야 하니까 완전 멋있게 포장해 놨더라고요. 혹한 거죠. 요리사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어요. 어쨌든 시작했으니 최대한 열심히 해야 했고요.


*️⃣요리가 재미있었나?

🅰️처음에는 너무 재밌었죠. 불과 물을 사용해 음식 만드는 과정이 매력적이었어요.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가 왔지만 ‘이젠 이 일 말고 다른 선택은 없다’는 깨달음, 그리고 요리 학교 등록하느라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습니다. 빨리 요리사로 돈 벌어야겠다는 현실적인 원동력이었죠, 하하.


*️⃣방 구할 돈이 없어서 내파밸리 포도밭 오두막에서 살았다고?

🅰️‘너 특이하다, 미친 놈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돈이 없었지만 돈 버는 길로만 가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밥도 못 먹고 거지꼴로 다녀도 저한테는 아무 문제가 안 됐어요. ‘좋아하는 요리 하면서 언젠가 셰프로서 멋지게 뭔가를 할 수 있겠지’라는 이상주의가 강했지요. 바보같이 왜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편하기보다 힘들어도 도전하는 걸 좋아하나?

🅰️그런 성향이 있어요. 그냥 쉬면 불편해요.


*️⃣모수 주방은 엄격하기로 유명한데?

🅰️팀원들이 저한테 함부로 말도 못 걸죠. 엄청나게 디맨딩하고 요리사들이 견뎌야 하는 압박감이 커요. 성실하지 않은 사람과는 같이 일하기도 말 걸기도 싫어요. 쌍욕하면서 나간 애들도 있고요.


*️⃣요즘 그렇게 해도 괜찮은가?

🅰️부모에게 항의 전화를 받은 적은 몇 번 있어요. ‘딸이 집에 와서 울고 있다’는. ‘죄송하지만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저희 주방은 늘 텐션과 프레셔가 굉장하고 요구하는 기준이 높다. 자녀분은 밝고 쉬운 곳에서 일하기를 권장한다’고 설명드렸습니다. 최대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스타일이어서 고소당한 적은 없지만 뒤에서 칼 맞을까 봐 무섭기는 해요(웃음).


*️⃣요리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인내심이죠. 성실한 사람만이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내심이 있어야 대충 하자는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어요.


*️⃣완벽한 음식이란?

🅰️마음이 담겨야죠. 허름하고 값싼 백반집이라도 사랑과 정성을 담았다면 궁극의 음식이에요. 엄마, 할머니의 음식과 손맛을 셰프들이 자주 언급하는 이유예요. 모수도 그런 마음으로 하자고 강조해요.


*️⃣모수에서 서빙하는 직원들이 무용 수업을 받는다는데?

🅰️프렌치 론드리에서 일할 때 ‘주말에 한잔하자’ 했더니 ‘발레 레슨 가야 된다’고 해요. 그들의 움직임에서 다른 점이 보였습니다. 팔을 뻗는 동작이 무용수처럼 부드럽고 우아했어요. 접시를 그냥 테이블에 내려놓는 것과는 너무 큰 차이가 있었어요. 모수 직원들에게 강요한 적은 없고요. ‘발레 수업 들으면 지원해줄게’라고 권장합니다. 안 들으면 저야 돈 굳는 거죠.


*️⃣모수를 다시 열어도 1년을 쉬었으니 미쉐린가이드에서 빠질 수도 있는데?

🅰️빠질 수 있는 게 아니라 빠져요. 미쉐린은 평가원들이 잠행해 확인하는 게 원칙인데, 영업을 못 했으니까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도 빠집니다. 서두르면 강남에서 9월에 재개장할 수도 있었어요. 제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모양으로 자랑스럽게 손님을 맞으려니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3스타를 잃더라도 더 진화된 모수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시 미쉐린 스타에 도전하나?

🅰️처음부터 별을 받으려고 모수를 연 건 아니었어요. 셰프의 라이프스타일을 좋아해서 버틸 수 있었죠. 모수에 일하러 간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3스타까지 딴 거죠. 하지만 저는 언제나 그게 목표는 아니었어요. 지금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습니다.

별 3개 다 잃고 다시 시작… 인생과 자존심 걸고 요리한다

조선일보

별 3개 다 잃고 다시 시작… 인생과 자존심 걸고 요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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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일 오후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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