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 사회는 공감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사회다. 특히 사회 지도층 인사의 저급한 공감 능력은 많은 이에게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그들이 보여 주는 리더십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감성 리더십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시대에 맞는 리더십과 공감 능력이 필요한 때다.


내가 2016년 남성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면서 처음 읽었던 책은 하버드 대학교 비즈니스 스쿨 교수 다니엘 골만의 <Primal Leadership (원초적 리더십)>이란 책이었다. 이 책은 경영학적 전문 지식이나 강력한 리더십 스킬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감성 지성(emotional intelligence)에 관한 내용이다.


뇌과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타인과 연결되는지를 설명하고, 사례를 들어 모든 조직에서 바로 이 감성적 리더십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훌륭한 리더십은 감정을 통해서 작동한다”, “리더가 긍정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이끌 때, 리더는 모든 사람의 최선을 이끈다. 우리는 이 효과를 공명이라고 부른다”, “미소가 가장 전염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우리 사회와 문화의 폭력성을 깊이 성찰할 수 있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감정을 부정적으로 이해했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미성숙한 행위였다. 또한 이성과 논리를 남성적 속성으로, 감정을 여성적인 속성으로 규정하여 남자들은 감정을 억압하도록 양성되었다. 그러니 사람들은 감정보다는 생존을 위한 기술로써 지적 능력을 키우는 데 관심을 더 두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지적 능력으로, 소위 명문대 학벌로 자신을 치장하며 권위적인 리더십을 행사한다. 그러나 골만은 “과학적으로 말할 때 감정은 합리성의 일부다. 감정은 합리성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인슈타인도 “우리는 우리의 지적 능력이 우리의 우상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물론 그것은 좋은 능력이 있다. 그러나 인격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를 이끌어 갈 수 없고 우리에게 봉사할 수 있다”라며 오히려 감정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도 감정에 대한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영성신학자 존 셰이는 저서 <Adulthood, Morality and Fully Human (성인기, 도덕성 그리고 온전한 인간)>에서 감정을 통해서 사람들은 내적 자기를 인식한다고 말한다.


성숙한 성인이 된다는 것은 사회 규범과 기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기질을 찾아가는 것이고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아 살아가는 것이다. 셰이는 “진정한 자기로서 나는 많은 다양한 관계성들의 끈을 엮어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 내 감정의 주체이고 중심이다.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면 우리는 고유한 정체성을 잃게 된다”고 말한다.


이처럼 지식의 확장과 사회적 규범은 내가 누구인지를 규정하지 못한다. 오직 우리의 감정이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해 준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할 수 없는 사람은 자신의 내적 자기를 찾고 연결할 수 없고, 그래서 타인에게 공감할 수도 없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자기 내면에 대해 성찰하도록 권하지 않는 문화다.


내가 누구인지에 관한 질문은 자기 삶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이기에 이런 삶을 살지?” 그러나 우리의 삶의 환경은 매우 경쟁적이어서 삶과 관련된 자기 내면에 대한 질문을 잘 던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권위적이고 서열화된 문화 속에서 사회적 지위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이런 세상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불필요하게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위계에 의한 폭력이 일상화된 사회다.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이런 폭력이 권위를 부여하며 존경을 강요하는 방법임을 경험했고, 어른이 되어 자신이 경험한 폭력의 구조를 재현한다. 문제는 미성숙한 사람들에게 높은 사회적 지위가 주어질 때, 이 지위는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력으로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다수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독재자들에 대한 경험 때문에 우리는 리더십이란 타인의 의지를 꺾어 나의 의지를 관철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런 종류의 리더는 다양한 의견을 서로 나누는 토론을 피하고,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갈등을 야기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갈등은 개인적 의식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하여 독립성을 성장시킨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 이루는 공동체의 목적을 확인하며 성장할 수 있는 것도 갈등을 통해서다. 갈등은 개인과 공동체를 모두 성장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갈등을 회피하는 리더의 일방적이고 편협한 사고는 개인 뿐 아니라 공동체의 성장을 방해한다.


리더십은 스킬, 기법, 전략 그 이상을 포함한다. 레너드 두한은 자신의 책 <Spiritual Leadership (영적 리더십)>에서 “리더십이란 우리가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됨됨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마음의 갈망에 대한 열정적인 응답”이라고 주장했다.


이 말은 리더란 자신의 감정을 통해서 ‘마음의 갈망’을 볼 줄 알아야 하고, 리더십이란 스킬이 아닌 자신의 ‘사람 됨됨이’란 의미다. 마음의 갈망을 읽을 수 없는 미성숙한 리더는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 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의 생동감을 소진시킨다.


나는 리더십이 리더가 내면의 성숙함에 대해 인식하고 관계 안에서 성장하는 방법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을 공동체 안에 어떤 모습과 역할로 어떻게 위치시켜야 하는지 알기에 부드럽다. 그러나 미성숙한 사람은 인위적이어서 거북하고 요란하다.


대니얼 골먼은 “리더의 부정적인 감정, 특히 만성적 신경질, 불안, 허무감은 당면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하여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준다”고 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성숙하고 관계적인 리더에 대한 바람이 단지 나만의 갈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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