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alks; '다 때려치우고 시골이나 갈까?' 제가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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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 때려치우고 시골이나 갈까?' 귀농이 인기를 모은 적이 있었죠. '효리네 민박'도 영향이 있었습니다. 가장 도시적이면서 트렌드를 만드는 아이콘이 제주도 한적한 곳에서 반려동물, 배우자와 함께 요가와 명상을 즐기며 소박하게 사는 모습이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단서를 주는 것 같았죠. MBC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센터 소속 최별 PD는 좀 다릅니다. 공중파 방송국 PD였고 'MBC 1호 유튜버'로 김제에 있는 4,500만 원짜리 폐가를 산 이후 브이로그 <오느른>을 만들고 있죠. 요약하면 최별 PD는 자신의 돈 4,500만 원으로 300평짜리 폐가를구매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집을 사면 회사의 집이 되니, 자신이 원하는대로 꾸밀 수 없고 하나를 결정하더라도 그게 돈이 될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돈을 들였습니다.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야, 온전히 자신의 경험이 됩니다. Q. 어떻게 〈오느른〉을 만들게 됐나? 김제에 있는 4500만 원짜리 폐가를 사면서 시작됐다. 웹 예능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었는데 제작 직전 단계에서 코로나19로 엎어졌다. 그러면서 심각하게 번아웃이 왔다. 처음 겪어 보는 허무함이었다. 일을 열심히 한다고 극복할 수 있는 난관이 아니다 보니 더 그랬다.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중 유튜브에서 이 집을 발견했다. 친구와 함께 직접 내려가서 집을 둘러보고 이웃집 분들도 뵀다. 그날 충동적으로 가계약을 했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와서 기획안을 썼다. 내가 집을 살테니까 집을 고쳐서 사는 과정을 브이로그로 찍을 수 있게 해달라고. Q. 처음부터 MBC의 콘텐츠로 기획한 건가? 그렇다. 원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브이로그도 즐겨 봤다. 집 계약 후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하다가 자연스레 이런 포맷의 콘텐츠를 떠올리게 됐다. 유튜브의 문법을 잘 몰랐던 시기라 개인적으로 채널을 운영할 생각은 못했다. 유튜브 채널을 어떻게 개설하는지도 몰랐으니까. (웃음) Q. 회사는 어떻게 설득했나? 기획안 리드에 ‘다 때려치우고 시골 가서 카페나 하고 싶다는 생각, 누구나 해봤을 텐데 다들 그냥 산다. 그 미친 짓을 내가 해보겠다’는 내용을 썼다. 코로나 때문에 다들 답답한 시기에 누가 이런 일 좀 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내 솔직한 마음이었다. 경제적인 부분도 어필했다. 집도 내가 사고 리모델링도 내가 하니 회사 입장에서는 들일 제작비가 없다는 점, 따로 출연진을 섭외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잘 되지 않더라도 큰 리스크가 없다는 점 등을 이야기했다. 회사 입장에서 가성비 좋은 채널 아니냐 하는 식이었다. Q. 회사 콘텐츠를 만드는데 직접 집을 샀다. 처음부터 내 돈으로 살 생각이었다. 오히려 회사 측에서 먼저 우리가 집을 사줘야 하나 논의했다고 한다. 물론 경제적 가치가 별로 없을 것 같아 살 수 없다는 결론이었지만. (웃음) 회사가 사면 회사의 집이 되지 않나. 내가 원하는대로 꾸밀 수도 없고 하나를 결정하더라도 그게 돈이 될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회사의 눈치를 보고 회사 입맛에 맞추게 되는 건 나도 회사도 원하지 않았다. 간혹 나중에 회사가 집을 사는 건 아닌가 걱정하는 구독자분도 계신데, 이 콘텐츠가 잘된다고 하더라도 회사에 집을 팔 생각은 없다고 정확히 말한 상태다. Q. '동네 친구들'과의 케미가 좋다. 신선한 자극이라는 건 어떤 것인가? 그동안 연출 일을 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그 순간이 새롭기도 했고 위로가 되기도 했다. 하려고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음을 놓는 게 차라리 편하겠다 싶었다. 처음에 서울과 김제를 오가면서 촬영을 하던 시기에는 김제에 갈 때마다 ‘마음을 놓자’고 다짐했다. 계획을 하고 준비를 해서 가는 촬영에 익숙했기 때문에 무계획으로 가는 길이 늘 불안했지만, 김제에 가서는 마음이 놓이곤 했다. Q. 회사 안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셈이다. 성과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 같다. 당연하다. 기성 언론사 PD들에게 유튜브는 아직 메인 플랫폼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메인이 아닌 플랫폼을 메인으로 하고 있으니 콘텐츠의 질과 의미를 더욱 잘 잡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방송국 소속 PD이기도 하고 회사가 많은 부분을 배려해 주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시골살이나 힐링을 넘어 구독자분들께 좋은 영향을 드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 내가 응원을 받았듯 보는 분들께도 응원과 영감을 드리고 싶다.
2020년 11월 26일 오전 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