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요즘은 유시민 작가님이 쓴 ‘청춘의 독서’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읽은 책을 리뷰하는 형식의 책으로, 주로 고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대부분 제가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한 리뷰라 더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고전과 담을 쌓고 최신 베스트셀러 위주로 독서해온 저로서는, 오래된 명작을 읽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꼭 고전을 찾아서 읽어야겠다는 의무감마저 듭니다.


솔직히 유시민 작가님 하면 TV 정치 토론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던 은퇴한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하게 떠오릅니다. 물론 예전에 작가님의 책을 1~2권 읽었을 때도 글을 참 읽기 편하게 잘 쓰신다고 느꼈습니다. 책을 읽으면 마치 작가님이 방송에 나와 말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문장에도 작가님의 색깔이 잘 배어 있습니다. 역시 말을 잘하는 것과 글을 잘 쓰는 것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송에서 해박한 지식으로 청산유수처럼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에 감탄했는데, 책 역시 그 지성과 논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진짜 지성인의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춘의 독서’를 아직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중간에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맹자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맹자는 학창 시절 자주 들어본 이름이지만, 그의 책이나 사상을 제대로 깊이 이해한 적은 없었습니다. 백성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맹자의 사상도 인상적이었지만, 저에게 진정한 감동을 준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맹자 선생님이 살아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사상은 당시 사회로부터 천대를 받았고, 맹자는 비주류 학자로 평생을 살다가 결국 인정받지 못한 채 삶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그 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의 가르침이 참된 지식으로 재조명되며 추앙받게 되었습니다.


정말 신기하지 않습니까? 수백 년 전의 사상가가 후대 사람들에게 감명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이해되지만,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잊혀질 법도 한데 다시 꺼내 읽히고 칭송받는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세상에서 비주류로 살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소신을 지켰다는 점입니다.


문득 ‘나는 어떤가?’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제 삶을 돌아보면 소신이라곤 코딱지만큼도 발휘하지 못한 채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남의 눈치를 보며, 어떻게든 인정받고 싶어서 알량한 방법들을 동원했던 지난 날들. 스스로 옳다고 여겼던 생각이 있었지만, 더 힘 있고 잘난 사람들이 하는 말에 순종하느라 그것을 꺼내지도 못하고 살았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합리화하기엔 부끄러운 일입니다.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거짓과 부정한 방법을 선택했던 시간들이 치졸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그건 과거형이 아니라, 지금도 그렇습니다. 더 의미 있는 일, 더 세상에 도움 되는 방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을 먹고 살기 위해 세상이 요구하는 일을 하며 사는 지금의 제가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제가 뭐라고 감히 맹자 선생님과 자신을 비교하며 극단적으로 몰아붙이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소신 있게 사는 것이 곧 진심을 다해 사는 삶이라 믿습니다. 단지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결단과 용기를 발휘하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맞추지 않고 소신 있게 살면 정말 먹고살기 힘들까봐, 아니, 오히려 더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가난해질까봐 두려운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맹자처럼 비주류로 살아간다는 건 세상 다수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이고, 그건 곧 인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고, 인기가 없으면 생계도 위협받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와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책임감이 있기에, 저 혼자야 가난해도 상관없지만 가족에게까지 가난을 강요할 순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해보지도 않고 소신 있게 사는 삶이 가난하다고 단정짓는 것은 저 스스로에게 너무 불공정한 판단입니다. 소신 있어도 주류가 될 수 있고, 인기도 얻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습니다.


맹자 선생님에게서 배우고 싶은 것은 돈과 명예를 초월한, 소신을 지키며 용기 있게 사는 삶입니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지키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더 큰 존경심이 생깁니다.


일과 직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더 좋아하고,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알면서도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건, 용기 있게 소신을 믿고 나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먹고사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나답게’ 사는 삶이라는 사실입니다.


오늘도 ‘나답게’ 사는 삶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고, 작은 용기라도 발휘할 수 있는 하루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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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8일 오후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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