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이 있었던 시절
K리그 프로그래머
네이버는 만 1년을 다녔습니다. 짧은 기간이긴 합니다만 한 번도 지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휴가도 쓰지 않았습니다. 퇴사할 때 인사팀에서 놀라더라고요.
“어떻게 휴가를 한 번도 안 쓰셨어요?”
신기한 일이긴 했습니다. 지각도 잦고, 오전 반차로 대부분의 휴가를 탕진해버리는 저의 대부분의 회사 시절과는 분명히 달랐으니까요.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
독산동이었던 저희 집과 분당은 너무 멀었기 때문입니다.
버스나 지하철로는 도저히 갈 수가 없는 곳. (신분당선이 개통 전이었을 때입니다)
다행히 네이버는 셔틀버스가 있었는데, 이 셔틀버스를 저는 반드시! 타야만 했습니다.
안 그러면 회사에 갈 수가 없으니까.
돌아보면 이때가 참 좋았습니다. 매일 같은 루틴으로 살 수 있었거든요.
강제적인 루틴이 설정되었습니다.
* 아침 8시 45분까지 신림역에 도착해서 셔틀버스를 탄다.
* 셔틀버스 안에서 프로그래밍 책을 읽는다.
* 9시 40분에 그린팩토리 앞에서 내린다.
* 아침 간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일을 시작한다.
* 12시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 열심히 일을 한다.
* 19시 정각이 되면 구내식당에 내려가서 저녁을 후다닥 먹는다.
* 19시 40분에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탄다.
* 21시쯤 집에 돌아와서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한다.
* 프로그래밍 책을 읽는다.
* 0시경 잠이 든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너무 깨끗한 루틴입니다.
술도 없고 모임도 없고 운동도 많이 해서 몸과 정신 모두 건강했습니다.
회사 일 말고 다른 일도 없는 데다 전혀 피곤하지 않아서 휴가를 쓸 생각도 못 하고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이 좋았던 루틴은 서현역의 퍼스트타워로 강제 이주 당하며 곧 깨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곧 그만두었습니다)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져본 루틴인데 ㅠㅠ
1인 개발자로의 삶은 매우 만족스럽지만… 이런 루틴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완전한 자유가 주어졌을 때 스스로를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네이버에 다닐 때의 루틴은 지금 생각해도 그립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같은 시간에 일을 한다는 것.
좀 더 애를 쓰면 이런 루틴을 다시 갖게 될 수 있을까요?
https://jeho.page/essay/2025/04/08/design-routin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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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8일 오전 7:10
저도 꽤 멀리 출근했었을 때 루틴을 지키면서 가장 열심히 살고 시간도 효율적으로 관리 했었던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