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진 칼럼 : CEO만 보세요] “당신은 연결되어 있습니까?”
이코노믹리뷰
많은 CEO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시들해진 조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방법을 조직 밖에서 찾는 것이다. 걸출한 한 사람이 수혈되면 조직이 금방 생기를 되찾고, 조직이 활기를 띠게 변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럴 때마다 조직 분위기는 바뀌는 듯 하다가도 전보다 더 나빠지기 일쑤였다.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 대니얼 코일은 ‘사람들을 하나로 응집시키는 힘은 어느 한 사람이 똑똑하다고 해서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로 이어져 있다는 신호가 구성원들 사이에서 꾸준히 샘솟을 때에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난 내 할 일 다했는데…” 이 말을 참 많이도 들었다. 군대에서 작업을 일찍 마친 선임병들은 늦어지는 후임병들에게 욕지거리를 했다. 회사 프로젝트에서 책임량을 완수한 김과장은 기한 내 마무리를 못한 박대리를 탓했다. 불량이 쏟아진 생산 현장에서 사람들은 불량을 걸러내지 못한 다른 라인 탓을 하며 한숨을 쉰다.
공통점은 한결 같다. 문제가 생긴 것이 ‘내가 아닌 남 탓’이다. 군대 유격훈련을 받아본 사람들은 다 안다. 정말 힘든 것은 잘 못하는 한 두 명 때문에 전체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교관들이 원하는 전체가 단합된 모습이 나올 때까지 피가 나고 알이 배긴다.
실제 전쟁이 터지면 싸움 잘 하는 몇 명 만으로는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육체적으로 한계인 상황 속에서도 힘든 동작을 수백 번씩 반복하는 것이다. 자연히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실수하는 몇몇을 향한 독설이다.
실제 프로 배구단을 운영해 본 경험에 의하면, 가장 애착이 가는 선수는 경기장 안팎에서 파이팅 넘치는 선수다. 팀 플레이를 하게 하고, 팀 에너지를 끌어 올린다. 그런 선수들은 시합이 끝나면 늘 목이 쉬어 있다.
득점을 많이 올리거나 허슬 플레이로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며 TV 화면에 많이 등장한 선수들이 당연히 주목은 많이 받겠지만, 가장 대견한 선수는 지친 순간에도 남보다 한발 더 움직이고, 동료에게 힘을 불어넣는 ‘파이팅’을 끊임없이 외치는 선수다. 그런 보배 같은 선수들이 많은 팀은 물어볼 필요도 없이 강팀이고 좋은 팀이다.
쉑쉑버거로 알려진 쉐이크쉑, 그 전에도 이미 여러 미슐랭 레스토랑의 CEO로 유명한 대니 마이어의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마이어가 손님과 함께 어느 식당에서 식사 중이었는데, 웨이터가 실수로 쟁반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유리잔 몇 개가 깨졌다.
마이어는 대화를 멈추고 주변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봤다. 상황이 정리되고 손님이 마이어에게 왜 그렇게 상황을 세심하게 관찰했는지를 물었다. “일이 벌어진 다음에 나타나는 분위기를 봅니다. 직원들의 에너지가 다시 차오르는지를 보는 거죠”라고 했다.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조직이라면 이럴 때 모두가 도와가며 상황을 해결한다. 문제를 잘 해결한 뒤에 직원들의 에너지는 더욱 올라간다. 마치 잘 나가는 축구팀이 공격 빌드업 중에 실수로 공을 뺏겼어도 순간적인 조직력으로 상대 선수를 압박해 공을 되찾아 역습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 웨이터 잘못이지 나와는 상관없어. 난 내 일만 할거야’라고 생각하거나, ‘왜 실수를 해서 분위기를 망치느냐?’며 화난 감정으로 대하는 조직이라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동료의 실수에 무관심하거나 화를 냈다면, 그것은 분명 더 깊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 우리가 일하는 곳곳의 모습 아닐까?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일에는 병목구간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누구가는 일을 제대로 쳐내지 못해 진땀 흘리고 있는데 그 전 순서의 작업자는 계속 부품을 흘려 보낸다. 그게 그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 순서에 있는 작업자는 부품이 오지 않으니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보낸다. 그의 일은 앞에서 흘러온 부품을 조립하는 것이라, 앞에서 부품이 오질 않으니 마냥 기다리기만 한다. 흔하디 흔한 우리 모습이 아닐까?
예전에 우리나라 축구가 잘 하던 것이 있었다. ‘뻥’축구였다. 강팀을 만나면 동료 선수들이 어떻게 포진했고 공격을 어떻게 전개할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내 앞에 공이 있을 때만 상대팀에게 뺏기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공이 오지 않기를 빌었고, 공이 오면 얼른 차 버려야 했다. 가급적 최대한 멀리 차 버려야 했다. 그래서 뻥뻥 질렀다.
팀웍이니 조직력이니 하는 것들은 유럽이나 남미의 잘 나가는 팀들의 소유물이었다. 그래서 축구 변방 한국팀에선 볼 키핑하는 시간보단 내지르고 달려가기에만 급급했다. 그라운드 위에 11명이나 있어도 섬처럼 고립되어 서로 연결되지 못했고, 몇 배로 힘들게 뛰어야 했다.
이젠 공간을 읽어가며 세밀한 패스를 주고 받는 수준이 되었다. 서로 믿고 플레이하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사실 옛날에도 우리 선수들 수준이 지금보다 많이 떨어졌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라면 더 유기적인 플레이다. 서로 믿음을 가지고 연결된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무거운 보트를 함께 머리에 이고 있는 상황에서 슬며시 힘을 빼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수준을 높였다. 기업이라는 조직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단지 내 앞에 있는 부품을 다음 단계로 넘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이 힘든 조직일수록 상호간의 신뢰가 약하다. 커뮤니케이션 불량은 망가진 시스템의 증거다.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에너지가 차 오르기는커녕 무관심과 외면으로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것은 결코 일을 잘 하는 것이 아니다. 포장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해서 불량품을 잘 포장한 것이 자기 일을 완수한 게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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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7일 오후 12:50
큰 것을 하는 것보다 매일 작은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내가 성격 장애의 하나인 자기애성 성격장애자(NPD,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를 만나면서 느낀 것은, 처음에는 그런 사람도 "정상인"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다만 그의 미친짓은 내가 매일매일 "사소한" 사건들로 상대방에게 익숙해졌을 때 발생한다.
기업에서 리더의 위치에 올랐다고 해서 모두 훌륭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을 이끄는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치고 더 나은 실적을 목표로 하지 않는 경우는 없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더 나은 실적은 리더 혼자의 힘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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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기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xAI가 현재 3억달러 주식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성공하면 기업가치가 1130억달러에 이르게 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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