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떤 기업의 창업자가 고향 주민들과 지인들에게 최대 1억 원씩 총 1,400억 원을 나누어 주었다는 언론 보도가 화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나눔’의 사례로 창업자가 도움받았던 사람들에게 보은하는 ‘감사의 정신’을 실천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도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발휘하는 한 가지 방법일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는 ‘기업가’보다는 ‘사업가’에 조금 더 가깝다. 기업가는 새로운 방식의 도입 그리고 혁신 가치를 창조하고 신생 분야를 선도적으로 개척하면서, 자신의 생존뿐 아니라 자기만족과 고객만족을 이룬다.


나아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을 꿈꾸고 실현시키기 위해 도전하며 개척한다. 스티브 잡스가 ’Think different‘와 ’Change the world‘를 부르짖은 모습에서 기업가 면모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런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사람이 기업가인데, 즉 기업가와 사업가, 자영업자는 규모에 따른 개념이 아니라 ’뜻(마인드)과 정신의 크기‘에 따른 구분인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산업혁명과 공장제 매뉴팩처가 탄생하고 경영지식이 발달하면서 자영업자와 사업가 그리고 기업가가 분화되기 시작했다. 기업과 상업, 자영업을 구분하지 못했던 예전 시대에는 기업을 자신과 가족들이 돈벌이하고 재산을 모으는 수단으로 여겼다.


그러나 오늘날 기업은 고객과 사회 나아가 인류에 봉사하고 공헌하는 존재이다. 이것이 자영업자(Self-employed)와 사업가(Businessman) 그리고 기업가(Entrepreneur)의 차이다. 기업가가 사업가 또는 경영관리자와 구분되는 고유한 점은 ‘혁신(innovation)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돈을 잘 버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잘 쓰는가?’도 기업가 정신의 발휘와 관련이 있다. 기업가는 미래의 혁신 첨단기술이나 비즈니스 개발과 관련된 인재 육성에 돈을 쓰려 한다. 혁신적 기술을 내세운 벤처 창업으로 돈을 번 졸업생들이 후배들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과정이 바로 기업가들이 돈 쓰는 방법이다.


반면 사업가는 미래의 혁신가치 창출보다는 자신이 입은 은혜를 갚거나 베푸는 차원에서 번 돈을 쓰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인들이 돈을 많이 벌었을 때 식당 같은 곳에서 골든벨을 울리며 모든 손님들의 식사값을 모두 내주는 방식이다.


자영업자는 번 돈을 대부분 자신과 가족들의 생활과 자녀 키우기에 쓴다. 후손을 낳고 키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고귀하며 책임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므로, 자영업자도 생업가(生業家) 입장에서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한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삼성그룹이 일제강점기 별표 국수에서 시작했고 현대자동차도 작은 카센터(아도서비스) 자영업이 커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왔듯이, 기업가는 사업가와 자영업자의 모습(조건)을 모두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 기업가에게서도 자영업자나 사업가의 속성이 표출되기도 한다.


또한 기업가정신이 약해지거나 흐려지면 기업가의 면모를 보였던 창업자가 언제든지 ‘사기꾼 같은 장사꾼’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가, 사업가, 자영업자 그리고 장사꾼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반장사꾼 정서’를 ‘반기업 정서’로 혼동하는 것이다.


‘기업(Enterprise)’에 대해 사람들이 깊이 고찰해보지 않고 기업과 자영업과 사업을 동의어로 사용하기 때문에 자영업이나 사업가에 대한 반감이 생기는 것이다. ‘반기업정서’를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실은 ‘반장사꾼 정서’라고 해야 맞다.


기업가는 신뢰(Trust)와 진보(Progressiveness) 그리고 정도 정신(Integrity)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경제인들이 장사꾼이 아닌 기업가의 행동과 역할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간다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업가와 장사꾼의 차이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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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3일 오후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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