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나 스타트업에는 공통으로 선호되는 제도적•문화적 지향점이 있다. 원격근무 같은 유연근무 제도, 수평적인 조직 구조, 영어 이름, 별명 또는 ‘님’ 호칭 사용, 자율적인 근무 환경, 직원 개인의 커리어 성장 강조, 일과 삶 균형 추구, 다양성과 포용의 중시, 스톡옵션을 통한 동기부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근무제도나 복리후생, 조직문화를 지향하는 조직들에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 왜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려고 하는가?

- 원격근무제도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 왜 직원들이 서로를 ‘님’으로 부르거나 별명을 사용하는가?

- 왜 점심 식대와 간식을 지원하는가?

- 다양성과 포용의 문화를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 직원 개인의 커리어 개발에 왜 적극적으로 투자하는가?

-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스톡옵션을 주는가?


필자가 근무하는 ‘노을’에서 이 모든 질문에 대한 최종적인 답은 바로 ‘조직의 성장’이다. 여기서 ‘조직’은 개인이 아닌 회사 전체를 의미하고, ‘성장’은 단순한 복지나 만족도가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 향상을 뜻한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말일 수도 있고, 조직의 성장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건강한 조직을 추구하는 벤처나 스타트업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볼 지점이다.


조직의 리더들이 이런 제도와 문화를 도입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대체로 2가지 지향점이 있다. 1️⃣일차적으로, 직원의 성장과 몰입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리고 2️⃣궁극적으로는 조직의 성과 창출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벤처나 스타트업의 기업 소개 내용을 보면 ‘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한다’, ‘최고의 성과를 위해 근무 시간과 장소를 스스로 선택한다’처럼 직원과 조직이 win-win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좋은 제도와 문화⏩️직원의 성장과 몰입⏩️조직의 성과와 성장>이라는 논리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상황을 자주 접한다.


유연근무와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도입했지만, 정작 직원들의 몰입도나 생산성이 높아졌는지는 불확실하고, 궁극적으로 조직 성장에 기여했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히려 제도나 문화의 본래 취지가 흐릿해져, 뭔가 찝찝한 느낌으로 운영되는 사례도 많다. 그 이유가 뭘까?


조직 관점에서 보면, 어떤 제도나 문화든 운영 과정에서 비효율과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도입한 제도라도, 현실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고, 직원과 경영진 간의 의견 충돌이 생기며, 불만과 우려가 함께 쌓이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점점 조직의 궁극적인 목표는 흐려지고, 제도 자체를 유지하고 운영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리고 제도의 목적성이 흐릿해질수록, 비효율과 부작용은 더욱 심각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결국 운영 초기의 기대와 달리, 조직 성장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거나,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제도와 문화의 취지를 명확히 유지하려는 조직 차원의 의지가 중요하다.


단순히 원래 취지를 기억하는 차원이 아니라, 제도와 문화가 조직 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하는 디테일한 기준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비효율과 부작용을 해소하고, 제도와 문화를 본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수평적 조직 문화, 유연근무, 커리어 성장 지원과 같은 좋은 제도들은 건강한 조직에 어울리는 요소처럼 보이기도 하고 직원과 회사 모두 선호하지만, 오히려 조직의 최종 지향점을 정작 가려버릴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제도와 문화를 조직의 성과와 성장에 직접 연결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거나, 조직을 유연하고 수평적으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여기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인 대답은 “적어도 벤처나 스타트업에서는 아니요”다.


모험적인 비즈니스를 실행하며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기업 특성상, 조직 성장과 연결되지 않는 제도와 문화는 결국 의미가 퇴색되거나 운영상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이 어려워질 때 가장 먼저 축소하는 것이 바로 이런 제도들이다.


결국,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라면, 제도와 문화를 단순히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조직의 성과와 연결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집중하느라 정작 달은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손가락이 아닌 달을 바라보는 조직이 되기 위해, 지금 운영 중인 제도와 문화가 정말로 조직 성장과 연결고리가 끊어져 있지는 않은지 꼭 한 번 살펴보기를 권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스타트업에서 가장 익숙하면서도 이슈가 많은 원격근무를 예시로 들어보자. 필자가 원격근무를 고민하는 리더들을 만날 때마다 던지는 질문이 있다. “당신의 조직에서 원격근무는 근무 제도인가, 아니면 복지제도인가?”


물론 원격근무는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질 수 있지만, 어느 인식이 우선하는가에 따라 운영 방식이 달라진다. 원격근무를 ‘복지’로 보면 회사가 직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므로 형평성이 더 중요해지지만, ‘근무 제도’라면 직원이 회사에 기여하는 업무 수행 방식이므로 효율성과 효과성이 더 중요해진다.


만약 원격근무를 복지로 인식한다면, 조직 성장과의 연결을 포기하는 게 차라리 낫다. 그러나 근무 방식의 일부라면, 성과와 몰입을 기준으로 운영해야 한다. 철저히 업무 성과와 몰입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그만큼 직원들에게도 책임이 따른다.


같은 관점에서, 조직의 다른 제도와 문화들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직원 커리어 개발 지원이 개인의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조직의 성과 향상까지 고려하도록 목적을 재조정해야 한다.


자율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문화가 오히려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면, 조직 성장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세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손가락을 바라보던 시선을 달에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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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9일 오전 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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