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일주일 방문한 감상을 오늘자 서울 | 커리어리

실리콘밸리를 일주일 방문한 감상을 오늘자 서울신문에 짤막하게 기고했습니다. *** 최근 과도한 기업 가치 거품이 빠지며 투자사인 소프트뱅크에 거액의 손실을 안긴 ‘위워크 사태’ 때문에 드디어 유니콘 스타트업의 거품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또 너무나 비싼 집값과 물가 때문에 실리콘밸리 탈출 현상이 벌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닷컴붐이 2000년처럼 꺼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과연 정말 그럴까 궁금해하던 중에 1년 만에 실리콘밸리에 지난 일주일동안 다시 방문하게 됐다. 결론적으로 실리콘밸리의 열기는 더하면 더했지 여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정확히 얘기하면 집값은 피크에 비해 조금 빠졌고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도 조금 조정기기는 하다.) 다음은 내가 느낀 몇가지다. 우선 교통체증이 살인적이다. 거의 30년 가깝게 실리콘밸리를 오가고 살아 보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길이 심하게 막히는 것을 본 일이 없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너제이까지 가는데 나름 러시아워를 피해 오후 3시에 출발했는데도 예전의 두 배인 2시간 반이 걸렸다. 두 명 이상이 동승해야 달릴 수 있는 카풀 차선도 별로 도움이 안 됐다. 카풀 차선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을 준 테슬라 같은 친환경 전기차가 너무 많아진 탓이다. 특히 테크기업이 밀집한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가고 나가는 것이 큰 스트레스다. 워낙 교통체증이 심하고 주차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샌프란시스코 바깥쪽에 차를 세우고 대중교통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기도 했다. 호텔 숙박비도 살인적이다. 1년 전 1박에 약 200달러에 묵었던 호텔이 가격이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평범한 별 셋짜리 호텔에서 하룻밤 자는 데 50만~60만원을 줘야 한다. 별로 좋지도 않은 호텔에 이 정도 돈을 지불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서 사실 친구집에 가서 잤다. 그런데도 주중에는 호텔 방이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이벤트가 많아서 그렇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콘퍼런스가 샌프란시스코부터 새너제이까지 곳곳에서 열린다. 예전보다 더 많아졌다. 이 이벤트에 참석하려고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든다. 나만 해도 지난 7일 오전에는 현대자동차의 샌프란시스코 콘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오후에는 팰로앨토의 벤처캐피탈 이벤트에 참석했다. 그날 내가 만난 한 투자자는 “오늘만 4개의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며 바삐 움직였다. 생각해보면 실리콘밸리에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수만명의 직원들을 거느린 공룡 테크 기업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줄잡아 100개가 넘는 1조원 이상 가치의 유니콘 스타트업이 있다. 내가 가본 샌프란시스코의 소파이(SoFi)라는 핀테크 유니콘은 벌써 직원이 1500명이란다. 이들이 모두 빠르게 사무실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적어도 각각 수백, 수천명의 직원이 있고, 또 성장을 위해 맹렬히 추가로 직원을 뽑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더이상 뽑을 사람이 없으니 전 세계에서 데려온다. 이런 혁신 기업에 좀더 가까이 있고자 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또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연다. 한국 기업만 해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외에 한화, GS, 두산 등이 속속 지사를 만들고 있다. 다들 실리콘밸리로 들어가려고만 하지 철수한다는 얘기는 (내가 과문해서 그런지) 별로 듣지 못했다. 딴 지역으로 갔던 사람들도 일자리가 여기 더 많다며 다시 돌아온다. 새로 들어온 이들의 가족이 정착할 새로운 주택단지가 올라간다. 하지만 더이상 교통체증과 혼잡을 원하지 않는 기존 주민들은 새로운 단지 개발을 맹렬히 반대한다. 애플, 페이스북 등 테크 기업들은 수조원을 기부해 캘리포니아의 주택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런 이유로 해결은 쉽지 않다. 나가는 사람들은 별로 없고 들어오는 사람들만 넘쳐나는 탓이다. 이런 중에 실리콘밸리 북쪽 소노마카운티에서 큰 산불이 났다. 인접 지역에 사는 레베카 황은 “5일 동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모든 것이 정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은 산불의 위협으로 집을 비우고 3일 동안 피난까지 갔었다고 말했다. 예전에 없던 규모의 큰 자연재해다. 이렇게 인구가 늘어나는데도 대중교통 시스템은 낙후된 그대로다.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를 연결하는 칼트레인은 수십년 동안 변한 것이 없다. 느리고 이용하기 불편하다. 그나마 조금씩 확장하고 있는 지역 전철 바트도 한국의 지하철에 비하면 비싸고 지저분하다. 그나마 많은 지역에서는 이런 대중교통수단은 그림의 떡이다. 직접 차를 운전하거나 우버를 이용해야 한다. 길거리의 노숙자들은 더 많아졌다. 샌프란시스코 곳곳에는 아예 길에 텐트를 치고 사는 노숙자들이 많이 보였다. 자동차 유리를 깨고 귀중품을 훔쳐 가는 도난 사고도 빈번하다. 카페에서도 갑자기 랩탑컴퓨터를 채가서 훔쳐 가는 도둑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여기저기 보인다. 억대 연봉을 받는 주민들이 가득한 실리콘밸리의 역설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의 명과 암은 극명하다. 세계최고의 고소득을 자랑하는 혁신가들이 살고, 최고의 경제호황을 구가하고, 덕분에 지방정부는 많은 세수를 올릴텐데도 사회인프라는 이렇게 열악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과연 실리콘밸리가 전세계 나라들의 롤모델로 맞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한편 한국인에게 희망도 보였다. 실리콘밸리 테크 업계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의 숫자가 매년 크게 늘고 있는 것을 갈 때마다 체감한다. 센드버드, 타파스미디어, 몰로코 등 현지에서 쑥쑥 성장하는 한인 스타트업도 많아졌다. K그룹, 82스타트업 등 테크 업계 한인들의 모임도 활발하고 많은 이들이 참여한다. 그래서 현지 테크 기업에서 일하는 젊은 한인 엔지니어들이 창업을 꿈꾼다. 현지에서 열린 82스타트업 행사에는 60여명이 와서 창업자들의 발표를 듣고 있었다. 세마트랜스링크 김범수 대표, 사제파트너스 이기하 대표, 빅베이신캐피탈 윤필구 대표 등 막 창업한 초기 한인 창업가들에게 활발히 조언해 주고 투자하는 이들도 생겼다. 한국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의 역량과 실력도 많이 올라가서 제품, 서비스의 질이나 투자유치에서 실리콘밸리 톱 스타트업들과의 격차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느꼈다. 인도계와 중국계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들이 쑥쑥 성장해 한국과 실리콘밸리를 잇는 가교가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임정욱의 혁신경제] 커지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한인 파워

서울신문

2019년 11월 11일 오전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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