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을 객관화하는 객기 - 에고그램 MBTI처럼 성격 유형을 분석해주는 도구인 에고그램은 신드롬이 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포장 하나 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툭 치면 'INFP 입니다!'하고 바로 나올 정도로 MBTI는 줄줄 꿰고 다니면서, 에고그램은 애써 기억에서 지웠다. 몇 개의 조합으로 간단하게 불릴 수 있는 MBTI와 달리 에고그램의 유형 이름이 더 복잡하다는 것도 원인일 수 있지만, 중요한 원인은 팩트폭력 이라는 데 있다. 평소 나 자신에 대해 껄끄러워 했던 점을 눈 앞에 들이대고, 나같은 사람이 상사일경우, 연인일 경우 등으류 나눠 대처법을 보여준다. 내가 남을 대하는게 아니라, 남이 나를 대할 때 불편할 점을 굳이 알려주는 것이다. 진정한 tmi라고 할 수 있다. 사춘기 시절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매일은 대체로 자신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누가 나를 이상하게 대하면 '쟤는 왜저럴까'가 되지, '나는 쟤한테 왜그럴까'라며 본인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지는 않는다. 반면 MBTI는 테스트 하는 사람을 세상 섬세하게 그린다. 이 사람이 그런 이유는 사실 이러이러 해서. 다 이유가 있고 그렇기에 존중해야 한다고 단점까지 체계적으로 합리화 해준다. 에고그램은 한 줄로 요약하면 '너 그렇게 살면 다 망한다.' 라고 할 수 있다. 한없이 내 자신에게 빠져들게 만드는 MBTI와 달리 나 자신이길 거부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그러니까 나를 포함한 모두는 사실 팩트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정신차리게 따끔하게 한마디 해 주세요!"라고 해서 정말 그렇게 했다가는 에고그램처럼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저 말의 안을 들여다보면, "내 자신이 싫어질 정도니까 한 번만 위로해주세요!"와 같다. 자존감이 낮은 건 과한 자기 객관화도 영향을 미친다고, 아침부터 에고그램 테스트로 기분을 망치며 생각했다. 때로 MBTI에 과몰입한 콘텐츠들을 보며 괴로워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다만 16가지 유형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람들이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구성하길 바란다. 에고그램 링크를 첨부하며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