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올림픽 단상: 여자배구 8강전 풀세트 보고 느낀 점들 1.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리더의 존재는 팀을 한차원 다르게 만들어버린다. 이건 마치 야구에서 압도적인 선발투수가 있는 것과 비슷하달까. 시즌 전체를 보면 압도적인 한두명만의 힘으로 이기긴 힘든데, 이런 단기전은 다르다. 무조건 이겨야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토너먼트에서는 슈퍼스타가 필요한 이유. 그리고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숫자로 측정되는 실력이라는 게 누구나 알 수 있게 드러난다. 그러다보니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사람에 대한 respect 가 있고, 그 사람을 중심으로 팀워크가 강력해진다. (물론,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 실력 + @ 가 더 필요하지만, 실력이 없이 리더가 될 수는 없다.) 2. 일본전, 터키전 다 보고 나니.. 배구와 야구의 근간에 깔린 승리 철학이 좀 다르다 싶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9회동안 누적된 점수를 가지고 승패가 갈린다. 여기에서 핵심은 누적된 점수라는 것. 그러다보니, 초반에 점수를 확실히 내 버려서 상대방의 기를 꺾어 버리거나, 아니면 후반에 큰 점수를 내서 분위기를 뒤집어 버리는 팀이 강팀이다. 누적 점수라는 것의 또다른 의미는, 그래서 매회 한점 한점이 소중하고 그 한점을 내기 위해 매 타석에 오르는 타자들, 마운드에 오른 투수의 공 하나, 수비수들의 몸동작 하나가 다 연결된다. 예를 들어 5회 2아웃에 나온 수비 에러 한개 때문에 나비효과가 발생해서 결국 시합을 질 수도 있는 게 야구다. 모든 공이 다 소중한 이유. 근데 배구는 다르다. 5세트 라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건 동일한데, 각 세트에서 이기는 방법은 누적적이지 않다. (내가 잘 몰라서 배구 전략 상 누적적일 수도 있음 ㅎㅎ) 누가 빨리 25점/15점을 따내느냐 싸움. 그래서 경기 중에 상대에게 점수를 내주면 해설은 보통 이렇게 말한다. 빨리 잊고 다음 공격에 집중해야죠. 누적적이지 않다보니 그때 순간순간 잘 해내면 된다. 비유하자면, 야구는 바둑과 비슷하다. 느릿느릿하고 돌 한개를 어디 놓느냐에 따라 전체 시합의 승패가 갈린다. 배구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덜 복잡하고 더 즉각적이다. 속도도 매우 빠르다. 점수를 하나 따는데 걸리는 시간은 몇초 뿐. 요즘 시대에 더 인기 많고 잘 맞는 운동이 아닐까 싶었다. 여자배구 시청률이 엄청 높아졌다는데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 같다. 3. 3개 방송국의 마지막 5세트 승리 직후 화면을 다 봤다. 그 중 MBC 중계에서 황연주 해설이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연경 선수, 보기만 하면 눈물이 나요.” 이 둘은 중학교 시절부터 알아왔고 프로선수로 함께 뛰었다. 그래서 왜 눈물이 난다는지, 나는 그냥 이번에 배구 조금 보게 된 초짜배기지만, 왜 그런지 알것만 같다. 구기종목 팀스포츠에서 이런 전세계 최고급 국가대표 선수를 우리가 다시 볼 수 있을까. 언젠가 다시 보더라도, 2021년 김연경의 화양연화 시간들을 실시간으로 보는 시대에 내가 살고 있어서 기쁘다.

[MBC] 우리에겐 '김연경'이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준결승 진출! [8강 | 대한민국: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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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4일 오후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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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사실 (웹)백엔드도 대부분의 일은 CRUD라 요즘은 뇌 없이도 할 수 있다. (광역 어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