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코어 프로세서의 성능이 한계에 다다르자 코어의 수를 늘리고 다중연산으로 전체 프로세스의 성능을 높이는 게 최근 CPU 회사의 목표였다. 그래서 인텔보다 코어당 연산 능력은 떨어지지만 다중 연산에서 압도적 가성비를 가진 AMD가, 암호화폐 체굴 등 다중연산에 더 뛰어난 GPU를 생산하는 Nvidia가 주목받았다. 양자컴퓨터는 다중연산에서 더 나아가 프로세서를 중첩시킴으로서 성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양자컴퓨터는 모든 값이 중첩되면서 얽히는 현상을 이용해 연산한다. 쉽게 말해 주사위를 던지는 순간 6가지 숫자가 동시에 나타나는 중첩(superposition), 동시에 6가지 숫자가 얽혀 조합을 이루는 얽힘(entanglement)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모든 걸 순서대로 봐야 했던 기존 방식보다 가용 인프라가 확 늘어난다. 연산방식도 당연히 빨라진다. "
"이렇게 빠른 컴퓨터가 어디에 필요할까. 수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을수록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암 치료용 약물을 개발하는 경우도 그렇다. 수많은 화학제의 조합으로 임상 효과를 검증하는 일은 수년이 걸릴 수 있지만, 양자컴퓨터라면 며칠이면 해낼 수 있다. 이 밖에도 물류 알고리즘을 개발해 배송을 더 정확하고 빠르게 바꾸고, 비행 제어 시스템 버그를 잡아 항공안전망을 더 촘촘히 꾸릴 수 있다. 금융 서비스 기업은 더 정교한 수익 모델을 개발할 수도 있다. 산업계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로 해결하지 못했던 각종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양자컴퓨터에도 문제는 있다. 초전도체 방식을 이용하기에 극저온에서만 작동하고, 에러발생률도 0.15%에 달해 계산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 하지만 기존 슈퍼컴퓨터를 압도하는 연산속도만으로 구글, IBM, 아마존, 삼성전자가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중 단연 독보적입 업체는 구글이다. 구글은 2013년에 캐나다 디웨이브사로부터 양자컴퓨터를 구입해서 연구하는 수준이었지만, 2019년에는 시커모어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최고의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릴 일(*난수 생성)을 ‘200초’ 만에 해냈다. 이것이 어느정도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네이처지의 평가를 보면 구글의 시커모어 프로세서 개발은 큰 의미가 있다.
"양자컴퓨터 개념이 나온 지 40년. 의미 있는 결과물이 있었지만, 논란은 여전했다. 그래도 네이처는 구글 시카모어 결과물을 담은 논문을 두고 “1903년 라이트 형제의 최초 동력비행 성공에 비견될 만한 일”이라며 “당시 비행은 36m를 날아갔지만, 훗날 우주탐사로 이어졌다. 최초의 양자우월성 입증도 새로운 양자컴퓨터 시대가 이제 막 시작됐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추켜세웠다. 성패와 상관없이 새 시대가 열렸다고 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