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를 받는데, 금싸라기 땅 청담동(영동대로)이라는 입지에 걸맞게 절대 싸지 않다. 하루 입장료가 종일권(평일 오전 11시~오후 11시, 주말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30분)은 5만원, 반일권이 3만원이나 한다(회비 66만원인 연간회원은 반값 할인). 도서관은 지하, 1층에는 와인바도 있다. 영화 ‘기생충’의 박 사장 부류가 호주머니 불안감 없이 읽고 마시고 듣고 볼 수 있는 그야말로 ‘고급진’ 공간이다." 1. 소전서림은 서울 청담동에 생긴 문학 도서관입니다. 건축가 최욱, 다비데 마쿨로 같은 이름. 암스테르담에서 공수한 특수 벽돌로 마감한 외벽. 비싼 이용료에 대한 말들이 이미 많이 오고 가는 줄 압니다. 기사가 의도하고 있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공간을 소개하면서 계층을 가르고 흔히 나올 법한 비난의 물꼬를 트여주는 식이죠. 2. 시간이야말로 계층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시대의 독서란 얼마나 배타적인가요. 책은 이미 고급 문화가 되었습니다.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이지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문화는 아니죠. '읽는다'는 행위는 만만치 않은 각오와 적극성, 독서 외에 다른 것은 같이 할 수 없는 배타적인 시간을 같이 요구합니다. 3. 하지만 이렇게 흉흉하고 엄격한 시대에도 책의 본질이란 또한 관대하지 않은가요. 독서의 장벽은 예나 지금이나 높았지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그 아찔하고 호화로운 독서의 세계에 당장 빠질 수 있지 않은가요. 소전서림처럼 럭셔리한 공간에서도, 어딘가의 벤치에서도,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여전히 읽는 사람은 있으니까요. 4. 비싼 공간은 비싼 그대로의 역할이 있겠죠. 책의 본성은 장소를 가리지 않으니, 그저 책을 즐길 수 있는 무드가 점점 다양해지는 것은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전서림은 책과 독서를 둘러싼 이 시대의 욕망을, 그 복잡한 층위를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5. 더 다양한 공간들을 상상하고 기대하면서, 익숙한 거실 소파에 앉아 읽던 책을 다시 집어 드는 새벽입니다.

청담동 럭셔리 도서관 '소전서림'...책 파묻혀 강연 듣고 와인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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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럭셔리 도서관 '소전서림'...책 파묻혀 강연 듣고 와인 한잔

2020년 2월 24일 오후 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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