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긍정적 정서로 규정된다. 그럼 행복이란 항상 긍정적 정서로 있는 상태일까? 행복에 대해 모두가 간과하는 점은 행복한 기분은 그리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행복이라고 인지하는 기쁨, 환희, 설렘 등의 긍정적 정서는 생리적 흥분을 동반한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혈류량이 증가하며 호흡이 가빠지고 소화가 어려워진다. 교감신경계가 흥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의 몸은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걸 견디지 못한다. 아무리 큰 행복이라도 몇 년 동안 가슴이 거세게 뛴다고 생각해보라. 이건 그냥 심장병이다.
매사가 즐겁고 에너지가 넘치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을 확률이 높다. 일주일 이상 행복한 기분이 지속되는 것은 사실상 있을 수 없다.
우리의 몸은 생물학적으로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게끔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항상성이라 한다. 항상성이란 생명체가 여러가지 환경 변화나 스트레스에 대응하여 내부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하는 조절 과정 또는 그 상태를 의미한다.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는 긍정적 정서는 신경계에 무리를 일으킬 수 밖에 없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간의 뇌는 신경계의 흥분을 누그러뜨린다. 이렇게 항상성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행복한 감정들은 점차 사그라진다.
행복연구자 류버머스키는 이를 ‘쾌락적응’이란 말로 설명한다. 행복에 익숙해지고 결국에는 무감각해지는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마지막은 항상 동일하다.
필립 브릭먼의 연구에 따르면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원래의 행복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빠르게 상황에 적응하고 즐거움의 강도는 점점 줄어든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가 늘 언제나 지속적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은 애초에 없다. 그러니 가슴 설레고 환희에 넘치는 나날이 계속되지 않는다고 지금이 불행하다는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히려 일주일 이상 가슴이 뛰고 힘이 넘친다면 당장 병원에 가야 할 일이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일로써 당신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인 것이다.
행복의 지속시간이 짧다는 것에 실망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실망하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 그냥 인간의 몸이 그렇게 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항상성은 우리에게 불행한 일이 생겼을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무리 슬프고 불행한 일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당시의 부정적 감정은 옅어진다. 그래야 우리의 몸이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중요한 시험에서의 낙방, 연인과의 결별, 취업의 실패 등 인생을 끝장나게 할 것처럼 보이던 심각한 고민들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사그라진다.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사람들도 1년이면 사고 이전의 행복수준을 회복한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행복이라는 상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행복이라는 감정을 오래도록 지속되는 긍정적 정서로 여기는 사람들은, 평소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오히려 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