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회사는 늘 고객 만족을 주장한다. 언제나 고객을 알아야 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고객이 정말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처럼 느껴진다. 회사의 정책에는 고객 입장에서 소중한 것이 무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무자는 모두 알고 있는 고객 입장에서의 브랜딩 접점을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모를 때가 많다. 브랜딩을 ‘일관성’이라고 정의한다면, 그 일관성은 분명 어느 부분에서는 치명적으로 무너져있다. 광고에서는 좋은 브랜드라고 홍보해도, 실제 현실에서의 경험은 광고는 광고일 뿐이라는 배신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애플의 패키지 설계 디테일 얘기를 굳이 더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잡스는 애플 제품을 상징하는 흰 박스의 디자인 뿐만 아니라, 상자를 열 때의 감각과 향기까지 모두 하나가 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이런 감각은 애플 스토어에서도 애플 홈페이지에서도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 만약 매장 직원이나 A/S를 접수하는 직원이 같은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좋은 물건만 팔면 그만이라는 생각, 홈페이지나 광고만 그럴듯하게 만들면 된다는 생각때문에 제품 탐색부터 결재 및 배송에 이르는 고객 여정에 소홀한 구멍들을 만든다. 어떤 유통점은 환불을 할 때 최악의 경험을 선사하기도 하고, 고객을 위해서 만들었다는 챗봇은 괜히 물어봐서 버벅거리는 답답함을 체험하게 만들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채용을 잘못했다거나 교육이 부족해서라고 말하는 브랜드의 공식 입장들은 너무 시시하다. 혹시 주력으로 판매하는 제품 또는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 프런트 페이지만큼의 투자가 없는 것은 아닐까? 이를 방지하려면 고객이 경험하는 브랜드의 모든 접점에 일정한 수준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소한의 투자 말이다. 핵심역량과 관계없이 모든 부분에 균일한 투자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디브랜딩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투자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판매, 상담, A/S 등 고객을 직접 만나는 직원들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있는 기업은 고객 경험을 결코 개선할 수 없다. 아무도 보지 않는 TV 광고를 위해 엄청난 돈을 쏟는 것보다, 있는 고객을 잘 유지하기 위한 이런 투자들이 더 실제적이다. 홈페이지 개발과 운영을 값싼 외주 회사에 맡기는 것도 브랜딩에 무리가 된다. 고객이 가장 자주 접하는 채널에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을 쓰지 않겠다는 값싼 원칙은 고객의 변화를 읽지 못하며 수준 낮은 경험을 고객의 주요 기억으로 만든다. 스마트한 브랜드를 표방한다면 온라인에서 만나는 회사의 수준도 일정 수준 스마트해야 차별화를 유지할 수 있다. 많은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을 브랜딩으로 표방하는 커머스는 많은 브랜드가 고객에게 보이도록 만드는 경험 설계가 핵심이다. 여기에 투자하지 않으면 브랜딩은 있을 수 없다. 차라리 우리 브랜드는 그런 거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면 오히려 쉽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브랜드다’ 라고 말하면서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방향성을 잃는다. 고객 피로도 역시 증가한다. 우리가 뿌린 광고로 유입되는 고객들이 경험할 모든 여정에서, 구매와 사후 관리에 이르는 부분까지의 모든 접점에서, 고객의 머리 속에 남을만한 브랜딩이 유지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모든 고객 접점에 브랜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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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22일 오전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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