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사건
Vogue korea
2019년 3월, 중고나라에서 마케팅을 담당한 시기였다. 한 영화사로부터 전혀 생각지 못한 제안이 들어왔다. "중고나라를 소재로 한 독립영화가 곧 개봉 예정인데 혹시 벽돌모양 상자 몇 개 얻을 수 있을까요?" "영화 내용이 뭐에요?" “음.. 감독님이 중고나라에서 사기당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인데…” “잠시만요. 중고나라에서 중고거래를 사기 당하는 스토리의 영화인데 중고나라에 협업을 요청하시는 거라구요?” “네, 그런데 중고사기 당하는 건 잠깐이고 주인공이 사기꾼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음.. 이 부분은 저희가 충분히 고민해보고 답변 드리겠습니다.” 몇일 후… 중고나라 카페와 앱에서 해당 영화의 포스터들이 게재되었다. 마치 중고나라가 제작한 영화인 것 마냥 영화사가 요청한 물품은 물론 영화홍보용 X-banner까지 제작하며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왜? 왜? 왜?" 중고나라는 2016년부터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금융감독원, 네이버페이 등과 함께 불법거래 근절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중고거래는 개인간 거래인 만큼 사기를 100% 방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차라리 영화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서 개인간 거래 중 유의해야 하는 사항들을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다면 이 또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을 했다. 브라질에서 있었던 유명한 일화이다. 유튜브의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가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체인 스폴레토의 고객 서비스를 풍자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스폴레토는 항의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대신 후속편을 만들자고 제안을 했다. 후속 편은 서비스가 좋지 못했던 직원이 해고되고 분노 조절 치료를 받은 후 레스토랑에 복직하여 엄격한 관리 속에 일한다는 스토리다. 스폴레토로서는 큰 모험이었지만, 영상들이 모두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되려 스폴레토의 더 나은 서비스를 홍보하게 됬다. 밀려오는 파도를 온 몸으로 막아내는 것 보다 파도에 올라타는 것이 어쩌면 더 안전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일지 모른다..
2021년 10월 24일 오전 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