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사에는 기회비용이 있다. ‘오징어 게임’ ‘대장동 비리’ 보도의 홍수가 현장실습에서 잠수작업에 동원됐다가 사망한 고교생 홍정운군에 대한 취재와 보도를 후순위로 밀어버리는 식이다. 언급되어야 할 무수한 고통들을 뒤로하고, 칼럼 발언권은 ‘감수성 과잉이다’ ‘PC함(정치적 올바름)이 지겹다’식의 그 고통들이 남의 일인 권력층, 주로 남성들에게 주어진다. 예전 복지·노동 담당부서에서 ‘빈곤리포트’를 기획해보고 싶다고 했을 땐, 상사가 “부자리포트가 더 잘 읽힐 것”이라고 허락하지 않았다." "수많은 기자들이 정부기관에서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한두 개 팩트 경쟁을 하고, 시장에서 어묵을 먹는 정치인을 졸졸 따라다니는 동안 취재 영역에서 밀리는 건 사회 하층부의 삶만은 아니다. 몇 년 전, 유관순 열사의 감방 동료였던 심영식 지사의 아들 문수일(83)씨에게서 독립운동가들이 서대문형무소 8호 감방에서 지어 부른 노래 가사를 받아 보도한 적이 있다. 귀한 자료였다. 평생 가사를 보관해온 문씨에게, 난 의아해서 물었다. “기자가 연락한 적이 한 번도 없었나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기자들이 취재하지 않는 것

한국일보

기자들이 취재하지 않는 것

2021년 10월 26일 오전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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