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또 혁신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번에도 조직개편 중심의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사실 예전에도 시간이 지나며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혁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제대로 혁신해서 회사가 발전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 길이 있다면 적극 동참하고 싶습니다. 혁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예, 이젠 ‘혁신’이란 말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지요. 혁신(革新)이란 몸의 가죽과 피부를 새롭게 바꾼다는 뜻이니 사실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손발에 2도 화상만 입어도 새살이 돋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근래에는 ‘개선’ 정도의 일에도 혁신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어떤 조직이 혁신을 한다고 할 때는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조직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그런데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최고경영자의 확고한 내적 확신과 더불어 그 리더십의 진정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경영진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그 자신이 희생되더라도 조직의 미래와 후배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것이 느껴질 때 구성원들은 극단적인 신뢰를 보냅니다. 즉 진정성은 리더의 자기희생을 먹고 자랍니다.


다음으로는 조직 내부에서 위기의식이 공유되어야 합니다. 조직의 최상부 밀실에서만 논의되고 나머지 구성원들이 소외된 채로 시행되는 조치들은, 억지로 밀어붙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자발적 참여와 실행 단계에서의 창의력이 확보되지 못해 효과를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시간이 가면서 유야무야되기 십상입니다.


예를 들면, 경영혁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책의 하나로 조직개편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개편 뒤 조직이 기대한 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합니다. 이 단계에서 자발성과 창의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결코 기대한 효과를 보기가 어렵지요.


또한 적지 않은 경우에 조직개편이 재무적 관점에서 추진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경비절감 그 자체를 위한 조직개편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업의 본질을 훼손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생존이 우선이지만 단지 생존만이 조직의 존재 목적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 회사는 왜 존재하고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경영진은 늘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조직개편도 ‘비용 얼마를 절감하기 위해’라는 접근보다는 ‘어떤 산출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즉 재무적 관점을 넘어 전략적 관점에서 검토되고 시행되어야 합니다.


결국, 혁신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최고경영자가 머리로는 그것을 이해하지만 그것을 가슴으로까지 연결하여 체화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는 참으로 멀 수도 있습니다.


또는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들의 과거의 성공 체험이 오히려 혁신을 저해할 수도 있습니다. 설혹 겉으로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과거의 성공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심리적으로 저항하고 거부함으로써 시간이 가면서 결국은 혁신 전략이 실행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 체험이 혁신의 걸림돌이 아니라 촉진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고경영자와 경영진이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성공 체험이 전부가 아니고 변화와 위기는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올 수 있다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경영자는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고 길을 찾으려 애써야 합니다. 자신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후의 회사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경영자에 대해 조직 구성원들은 진정성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진정성에 대한 극단적인 신뢰는 실질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힘입니다.


혁신과 관련하여 리더가 하기 쉬운 실수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리더는 똑똑하면서 오만한 사람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굉장히 일을 잘하며 특히 윗사람에게는 아주 잘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람 곁에는 다른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만하고 똑똑한 그는 무능함을 죄악으로 여기기 때문에 주변인들이 모멸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경영자는 다양한 장점을 가진 사람들을 품어야 하는데 그 사람 때문에 필요한 인재를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성공 체험과 똑똑함은 미래를 위한 아주 긴요한 자산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위대한 기업을 만든 경영자는 대개 리더십의 가장 높은 수준인 제5단계 리더십에 도달한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이 단계의 리더는 인간적 겸허함(personal humility)과 프로다운 의지(professional will)를 융합하여 자신의 퇴임 이후에도 회사가 지속적으로 위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경영자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겸허함, 휴밀리티(humility)의 어원은 휴머스(humus)인데 유기질이 풍부한 짙은 색깔의 흙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편, 굴욕이라는 뜻의 휴밀리에이션(humiliation) 역시 땅, 흙, 아래, 낮음 등의 어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겸허함이라는 건 굴욕을 참아내는 행동, 그 끝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닐까, 겸허함을 얻으려면 굴욕이라는 단련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조직을 위하는 마음이 누구보다도 크고 높은, 능력을 인정받고, 성과를 내는 중간 관리자가 간혹 회사 안에서 자존심이 상하고 또 굴욕적인 대접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부당하다, 옳지 않다, 정의롭지 않다고 느끼면서 분노하고 또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 사람에게는 이것이 굴욕이라는 단련 과정을 통해서 겸허함의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식이 지혜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머리가 가슴에 도달해야 합니다. 그런데 머리에서 가슴까지가 가장 먼 거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갈 수는 없는 길이라서 머리의 생각이 땅으로 떨어져 흙 속에서 뒹굴고 나서야 드디어 가슴에 도달하는 경험을 하는, 즉 리더십의 도약의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과거의 성공체험이 혁신의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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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7일 오전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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