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동료 중에는 천재만재가 한명 있어요.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신박한 아이디어를 어느날 갑자기 짠 가져와서 뚝딱뚝딱 만들더니 주목할만한 성과를 내곤 합니다. 그 동안 다른 동료들과 저는 이 친구를 ‘천재’, ‘감이 좋다’ 정도로 얘기했었는데요. 최근에 이 동료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천재의 비밀💡을 깨달아버린 거 같아 적어봅니다. 1) 이 동료는 ‘지금 우리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캐치합니다. 분기마다 정해지는 회사의 사업 계획 속에서, 회사 운영진이 계속해서 고민 중인 문제 속에서, KPI로 정해지는 지표 속에서 그 문제를 빠르게 읽어내는 것이죠. 여기까지는 뭐 그럴 수 있습니다. 종종 스스로 캐치하지 않아도 누군가가(주로 회사 리더가)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제야’라고 찝어내어 강조하니까요. 2) 진짜 강점은 매일매일 돌아가는 정신 없는 업무를 처리하는 와중에도 그 문제를 잊지 않는다는 데 있더라고요. 마치 어떤 웹사이트 최상단에 절대로 바뀌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상단 배너처럼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박혀있는 거 같더라니까요. 동시에 20개의 프로젝트에 관여하면서도 말이예요. 3) 이렇게 머릿 속 최상단에 고정된 배너가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가볍게 던지는 아이디어들 중 그 문제와 조금이라도 관련되어 있는게 있다면 놓치지 않고 붙잡습니다. ‘어 이거 이 배너랑 딱 맞잖아?’하고 머릿속에 불이 탁 켜지나봐요. 4) 그렇게 붙잡은 아이디어여도 디벨롭시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이때 빠르게 덜 중요한 일들의 우선 순위를 밀어내 고민할 시간을 만듭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걸 잊지 않고 있기 때문에요. 5) 그 아이디어를 디벨롭 시킬 때도 다른 곁가지들은 다 쳐내고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딱 맞는 버전으로 향해갑니다. 목적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길로 새지 않고 단숨에 달려나가는 거죠. 6) 그렇게 고민해서 아이디어를 가져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매일의 일을 하느라 생각하지 못했던, 그러면서도 지금 이 순간 진짜로 가장 필요했던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거죠. 이게 바로 비결이었습니다. 이걸 깨닫게 된 과정은 그 동료에게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올랐어?’, ‘왜 하필 그걸 디벨롭시켰어?’, ‘왜?’를 반복하며 사고의 흐름을 역추적했기 때문인데요. 동료도 대답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천재 비결을 깨달은 거 같은데 그걸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ㅎㅎ 사실 기본적으로 그냥 창의적인 동료이기 때문에 비결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당장 저도 천재가 될 수는 없지만, 따라하다 보면 수재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오늘부터 제 머릿 속에도 고정 상단바를 하나 만들어놔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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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5일 오후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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