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사회 시스템에 대하여>
1. 지금 인간이 둘 수 있는 최악의 수는 서로 '분열(disunity)'하는 겁니다.
2. 국가들끼리 서로 돕지 않고 필요한 정보도 공유하지 않으며 각자 갈 길을 가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습니다.
3. 신뢰의 부족 또한 문제인데, 비단 정부나 국가 사이에 신뢰가 부족한 것뿐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믿지 못하고 반목하게 되는 상황이 올까봐 가장 걱정됩니다.
4. 사실 지난 몇 년간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가 신뢰를 갉아먹고, 국가 간에도 연대하기보다 갈라서고 다투는 일이 특히 많았습니다. 세계가 전염병이 창궐하면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에 코로나19가 터진 겁니다.
5. 지금 이 순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 어디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에게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 인류는 똘똘 뭉쳐서 바이러스에 맞서야 합니다.
6. '고립(isolation)'은 절대로 전염병을 막고 극복하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전염병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정보(information)를 최대한 빠르고 널리 공유하는 방법뿐이에요.
7. 지금 지구상에서 전염병이 도는데 울타리를 치고 국경을 닫는다고 균을 막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그 정도로 확실하게 고립되려면 중세 시대도 아니라 석기 시대로 돌아가야 해요. 지금 인류가 그렇게 역행하는 건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죠.
8. 지금 가장 확실하게 해야 할 경계선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경계선인 국경이 아녜요. 대신 인간의 세상과 바이러스가 사는 세상 사이에 쉽게 넘나들 수 없는 단단한 벽을 세우는 일이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9.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유행병에 함께 대처하는 의료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서아프리카든 이란이든 중국이든 어디서든 발생한 병을 그저 그 지역, 그 나라, 그 공동체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바이러스가 들어와선 안 되는 인간 세계로 뚫고 들어왔다면 그 사실에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조직도 더 강화해야 하고, 국제적인 연대도 더 키워야 합니다.
10. 그래서 지금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나라가 있다면, 의료 장비든 인력이든 보낼 수 있는 걸 보내서 돕고, 무엇보다도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1. 경제적인 지원도 지체없이 이뤄져야 합니다. 전염병이 처음에 특정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칩시다. 이때 해당 정부는 바이러스의 확산보다도 바이러스 때문에 적극적으로 해당 지역을 봉쇄하고 경제활동을 중단해버리면 그로 인해 받게 될 경제적 타격이 두려워서 전염병이 얼마나 심각한 건지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적잖은 경우 그렇게 기다리는 사이 흐르는 시간이 전염병을 막을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경제적 타격이 좀 있더라도 다른 나라가, 이웃 지역과 공동체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손실을 보전해줄 거라는 신뢰를 쌓아뒀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