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돼지



돼지는 억울합니다. 돼지의 몸에 있는 지방 비율은 고작 15%를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방을 많이 가진 동물이라는 인식은 사실과 다릅니다. 돼지 몸의 지방 비율이 낮은 이유는 개량 덕분입니다. 지방을 기피하는 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돼지도 점점 지방이 적은 품종으로 개량되어 온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15% 이상의 지방이 차기 전에 사람들이 돼지를 잡아먹기 때문입니다. 여러모로 돼지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한 번쯤 억울한 일을 겪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심각한 누명은 아니더라도 억울한 상황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시험 성적표가 나오던 날의 일이었습니다. 이전까지 성적이 좋지 않았던 저에게 갑작스럽게 성적이 오른 것을 두고, 담임 선생님께서 컨닝을 한 것이 아니냐며 의심하셨던 겁니다. 억울했지만 저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제는 제 아들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영어 수업 시간, 뒷자리에 앉은 친구가 자리가 좁다며 간격을 조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었습니다. 그 친구는 선생님께 아들이 불편을 준다고 말했고, 선생님은 아들에게 가벼운 경고를 주었습니다. 아들은 영어 수업이라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고, 그래서 더욱 속상했던 것입니다.


뉴스에서는 국무위원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하이라이트를 보았습니다. 지명자의 과거 도덕적 의혹에 대해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근거는 있었지만, 사실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령 일부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개인적인 일이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되는 상황은 참으로 힘들 일입니다.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적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억울한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억울함을 호소하며 적극적으로 해명하실 건가요? 아니면 과거의 저처럼, 아들처럼, 또는 국무위원 지명자처럼 억울하지만 말없이 견디시겠습니까? 저는 이 문제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게 되겠지요. 다만 분명한 것은,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진실의 힘입니다.


취업과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억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열심히 준비했고, 누구보다도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고 확신했는데도 불합격 통보를 받게 되면 마음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그 마음을 압니다. 하지만 그 억울함은 결코 우리의 능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며, 우리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곳을 만나기까지 계속해서 도전하면 됩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아 억울한 피드백을 받은 적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땐 좌절하지 말고, 굳이 따지고 싸우지 않아도 됩니다. 과정 속에서 배운 것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의 실력이 되어 쌓입니다. 그리고 진심을 다한 노력은 언젠가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긍정적인 평가로 되돌아옵니다.


억울한 상황을 이겨내는 것 역시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의 한 과정입니다. 모든 사람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여유 있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힘이 필요합니다. 타인의 판단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그리고 담대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런 힘과 여유가 우리 안에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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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4일 오후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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