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탄생 비화> 1. 리드 헤이스팅스는 24살이던 1985년, 한 고등학교에서 자원봉사로 수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꿈은 교사가 아니라,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었다. 2. 그러던 중 그는 어떻게든 컴퓨터 분야에 발을 들여놓겠다는 일념으로 ‘심볼릭스'라는 회사에 입사해 커피 심부름을 하는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3. 세계 최초의 닷컴 도메인을 등록한 심볼릭스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리스프(LISP)를 개발한 회사였다. 리스프는 C언어 등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보다 우아하고 사용하기 쉬운 고급 언어였다. 리스프가 우아한 언어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리스프를 사용하면 프로그래머가 컴퓨터의 메모리를 직접 관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4. 리드 헤이스팅스는 커피 심부름을 하다가 짬짬이 시간이 날 때면 (리스프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짜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훗날 리드 헤이스팅스는 스탠퍼드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이때는 다시 C언어를 사용해야 했다. 5. 이에 좌절감을 느낀 리드 헤이스팅스는 리스프를 개선하고, 더 나아가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항상 사용할 수 있도록 메모리를 더욱 영리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리드 헤이스팅스는 C언어의 디버깅 기능을 급진적으로 개선하는 기법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6. 그 시절 가장 골치 아픈 소프트웨어 버그는 이른바 ‘메모리 누수(memory leak)’라고 부르는 현상이었다. 이 현상은 프로그래머가 컴퓨터의 메모리를 어떤 작업을 위해 할당했는데, 작업이 끝난 후에도 메모리를 반환하지 않아 계속 메모리를 점유하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7. 메모리 누수는 사용자가 무작위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경로를 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까닭에 누수된 메모리를 되살리기도, 수정하기도 대단히 어려웠다. 게다가 메모리 누수가 발생하는 동안에는 컴퓨터가 무용지물이 됐다. 8. 리드 헤이스팅스는 프로그램을 구동시키기 전에 메모리 누수를 감지하는 방법을 찾아냈고, 1991년 그 방법을 상품화하기 위해 ‘퓨어 소프트웨어(Pure Software)'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그리고 퓨어 소프트웨어가 만든 ‘퓨리파이(Purify)’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급진적으로 개선시켰고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9. 하지만 (당시) 리드 헤이스팅스는 경영이나 조직 문화에 대해선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고, (그러자) 직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의욕이 크게 떨어졌다. 10. 오죽했으면 리드 헤이스팅스는 이사회에 자신을 CEO에서 경질시켜달라고 자기 입으로 요청할 정도였다. (허나)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1. 퓨어소프트웨어에서 문화와 관련된 이슈가 생길 때마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 프로세스를 공격적으로 시행했다. 실험과 자유로운 사고를 촉진하기보다는 행동을 통제하기 위한 규칙들, 다른 말로 모든 실수와 오류를 제거하는 데 최적화된 규칙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반도체 수율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12. 하지만 부작용이 생기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조직의 창의성이 죽어버린 것이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다시는 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맹세했다. 13. 그렇게 퓨어소프트웨어는 1995년 IPO를 실시했고, 1997년 약 5억 달러로 레이셔널 소프트웨어에 인수됐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그 돈을 밑천 삼아 같은 해에 넷플릭스를 창업했다. 14. (그런데) 컴퓨터 천재였던 리드 헤이스팅스는 어쩌다가 미디어 회사를 창업하게 됐을까? 15. 리드 헤이스팅스는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전송하게 되면 (결국에는) 지연 시간이 짧은 고대역 네트워크로 갈아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DVD 배송에서부터 넷플릭스를 시작했지만) 자신의 회사를 ‘DVD 우편 배송(DVD By Mail)’이 아니라, '인터넷(net)'과 '영화(flick)'를 결합한 넷플릭스라고 지었다. - 벤 호로위츠, <최강의 조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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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7일 오전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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