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1/ 많은 이들은 즉각적인 답을 구한다. 하지만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대답하는 대신, 나는 ‘어떻게 생각할지’를 가르친다. 나는 최대한 즉답을 피한다. 대신, 생각할 수 있는 모델을 제공하고, 그 모델이 기존의 생각이나 편견과 어떻게 다르게 작동할지를 설명한다. 이렇게 하면, 질문을 했던 분들이 내가 답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깊이 있는 답변을 스스로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2/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경영 이론을 습득하게 하고, 그 이론이 향후 경영 일선에서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는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체화하게 도와준다. 매 강의마다 하나의 기업 사례를 두고 다양한 이론의 렌즈를 통해 상황을 어떻게 봐야하고, 개별 의사결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설명하고 토의한다.
3/ 강의의 마지막 날, 나는 다양하게 습득한 이론의 렌즈를 통해 다음의 3가지 질문에 대해 스스로를 들여다보게끔 요청한다.
-- 1)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나를 정말 행복하게 만들까?
-- 2) 나는 가족과 화목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까?
-- 3) 나는 감옥에서 멀어질 수 있을까?
-- 세 번째 질문이 뜬금없다 생각할 수 있겠으나, 32명의 옥스포드 동문 동창 중 2명은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느 누구도 사회에 발을 내딛을 때 감옥을 가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된 선택이 그들을 감옥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4/ 첫번째 질문에 대해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 이론은 프레드릭 허츠버그의 동기위생이론 (Motivation-hygine theory)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가장 강력한 동기 부여 요소는 돈이 아니다. 오히려 배울 수 있는 기회, 책임감의 확대, 기여, 성취에 대한 인정이 더 많은 심리적 동기부여를 제공한다. 아침 일찍 자신감을 가지고 출근한 직장인이 근무 시간 동안 좌절하고, 무시당하고, 유휴 인력으로 취급받고 퇴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아마도 그의 저조한 자존감은 집에서 아이들과의 소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대로 오늘 하루 직장에서 성장했고, 인정받았으며, 중요한 업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퇴근하게 되면, 가족들과의 소통에서 얼마나 긍정적일까 상상해본다. 경영은 사람들을 성장하게 도와주고, 책임감을 부여하며 성취에 대한 인정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귀한 직업이다.
5/ 두번째 질문에 대해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 이론은 '전략의 수립과 실행'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전략을 수립할 것이냐에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잘 짜여진 그 전략이 의도대로 실행되게 하는 것이다. 전략의 실행은 경영진이 어떤 이니셔티브에 자원을 투입하느냐로 결정된다. 만약, 자원 배분이 잘 관리되지 않는다면, 전략을 수립할 때와 실행의 결과가 매우 상이하다. 졸업 후 동창회에서 불행하고, 이혼을 경험하고 아이들에게 소외된 상태를 토로하는 동창들을 만나게 된다. 아무도 대학원을 졸업할 때 의도적으로 이혼을 하거나, 아이들과 멀어지는 것을 계획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그들의 시간과 재능 그리고 에너지를 인생의 목표에 부합하게 사용하기로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치 않을까? 만약 지금이 아닌 나중에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인생은 시간이 들면서 더 복잡해질 따름이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답은 간단하다.
-- 인생의 목표를 구체화하라
-- 자원을 그에 맞추어 배분하라
-- 목표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자율적인 문화를 형성하라
6/ 마지막으로 "한계비용"의 이론에 맹점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학에서 투자 기회를 평가할 때, 매몰비나 고정비는 무시하고, 대신 해당 투자 기회가 창출하는 그 순간의 한계 매출과 한계 비용만을 고려해야 한다고 배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한계 비용 이론을 적용한다. "이번 한번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탈선을 한다. 이론적으로는 한번 탈선을 하고 그 다음부터는 안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인생에서는 그 한번이 연속성을 가지고 다음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의 인생은 작은 하나하나의 결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얻은 교훈은 하나의 원칙을 98%를 지키는 것보다 100%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쉽다는 것이다. "이번 한번만"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어야 한다.
7/ 겸손의 미덕도 강조하고 싶다. 하버드 대학원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겸손을 가르치며, 그들이 아는 가장 겸손한 사람의 특징을 묘사해주길 요청했다. 흥미롭게도, 겸손한 사람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높은 자존감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그릇을 알았고, 그들의 현재 모습에 대해 만족했다. 겸손은 자신을 얼마나 낮추느냐로 정의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로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스스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평온할 때 겸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를 느끼는 사람을 더 도와주게 된다. 무례하거나 거만하거나 또는 까다로운 사람들은 대체로 자존감이 결여되어 있다.
8/ 암에 걸려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느끼게 된 것이 있다.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느냐로 내 인생의 여정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만났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로 내 인생은 평가받는다. 혼자 어떤 성취를 했느냐보다, 당신이 도와주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내 마지막 조언은 단순하다. 당신의 인생을 어떤 지표로 평가할지 생각하고, 매시간, 매일 그에 맞추어 결정을 하면 당신의 인생은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것이다.
<Clayton M. Christensen,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Harvard Business Review (July-August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