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직군이 아니어도 네이밍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
01. 네이밍 작업을 의뢰받으면 꼭 물어보는 것이 있습니다.
'짓고자 하는 이름이 ① 감정이나 가치를 전달하길 바라는지, ② 명확하게 기능으로 동작하길 바라는지'를 묻는 거죠. 보통 '둘 다는 안 되나요...?'라고 되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 판단이 꼭 필요하긴 합니다.
02. 사실 ①번 케이스는 정해진 답이나 뾰족한 묘수가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저도 수없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부분이고 할 때마다 늘 어렵고 늘 새롭거든요. 솔직히 개인 역량 차이도 좀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인 것 같고요.
03. 하지만 ②번 케이스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특히 이 경우는 개별 이름 하나하나를 개인기에 의존해서 짓는 게 아니라 하나의 네이밍 체계를 갖추는 일이라고 보는 게 더 맞거든요. 그러니 정확히는 'Naming'이라고 부르기보다 'Building Name Architecture'라고 명명하는 게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04. 저도 요 근래 몇 년 간은 ①번 케이스보다 ②번 케이스에 더 집중해 일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①번 일도 열심히 합니다... 암튼) 기능으로 동작하는 네이밍 아키텍처를 만들어 놓으면 사실 꼭 네이밍 전문가나 크리에이티브 한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네이밍 작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아님 적어도 새로운 이름이 필요한 자리에 대충 무엇이 필요한 것 같은지 감이라도 잡을 수 있습니다.
05. 저는 아래 아티클의 내용처럼 비(非) 기획 직군에서도 네이밍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또 스스로 좋은 네이밍 아키텍처를 가지려는 움직임이 너무 반갑습니다. 이렇게 현장에서 먼저 어떤 이름이 필요한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명명해 주면 저희 같은 사람들은 이를 기반으로 더 깊고 좋은 체계들을 고민할 수 있거든요.
06. '이거는 ~요런 요런 건데 여기에 적합한 이름 없을까요?'라고만 의뢰를 주면 사실 그 워딩 자체는 물론이고 주변부의 스트럭처까지 모조리 뒤집어 봐야 하는 게 사실입니다. 이름을 짓는다는건 전체 맥락을 파악해서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불릴지를 결정한 후 가장 적절한 단어를 배치하거나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죠.
07. 반면 어떻게든 자생적으로 네이밍 아키텍처를 가지고 있는 곳은 특정한 부분을 네이밍 하기도 또 전체의 네이밍 아키텍처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그다음 스텝을 결정할 때도 너무너무 유리합니다.
08. 그러니 비(非) 기획 직군 분들께서도 네이밍에, 아니 적어도 네이밍 아키텍처를 바로잡는 일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보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네이밍도 들여다보면 여러분들이 굉장히 좋아하실만한 작업입니다. 크리에이티브 한 걸 떠올리기보다는 구조를 바로잡는 일에 더 가깝고, 예쁘고 우아한 거 만드는 거보다는 제대로 기능하고 무탈하게 동작하게끔 하는 영역이거든요.
09. 뭐 약간 꼬드기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 듯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특정한 영역의 스페셜리스트가 어디 그렇게 흔하겠습니까. 그러니 자칭 네이밍 전문가라고 말하고 다니는 분들께 너무 현혹되지 마시고 여러분의 능력을 한번 믿어보세요. 좋은 이름도 결국 현장에서 찾을 수 있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