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CEO가 스타벅스에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고 든 10가지 생각》
1️⃣ 스타벅스는 유래 없는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팬데믹 시기에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려는 사람은 점점 줄었고, 스타벅스를 찾는 고객도 전보다 줄었기 때문이죠. 인건비는 상승했죠. 노동자가 귀해졌습니다. 여러 보조금 혜택으로 일을 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먹고살만한 환경에서 직원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2️⃣ 스타벅스 비즈니스의 원자재라고 할 수 있는 원두 가격도 변수입니다. 세계 원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원두는 1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해서 1년 만에 2배 이상 가격이 올랐죠. 가뭄과 서리 등 이상 기후로 브라질 커피 생산량은 25% 정도 감소했고, 해상운임까지 오르면서 원두 선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도 맥심, 스타벅스, 백다방 모두 가격을 인상했죠.
3️⃣ 엎친데 겹친 격으로 미국 내 바리스타들의 노동조합이 설립되면서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 중 노동조합을 설립한 기업 비율은 약 6% 수준입니다. 그만큼 민간기업의 노조 설립은 회사 입장에서 ER(Employee Relations) 차원에서 부담이 커졌다고 볼 수 있죠.
4️⃣ 위기를 겪고 있을 때 조직이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는 위기를 겪고 있는 시점에 수장을 교체하는 겁니다. 축구 국가대표팀만 하더라도 월드컵 예선 중에 감독을 교체하는 경우가 있을 만큼 수장을 교체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책임질 사람을 찾아 경질이라는 모욕성 벌을 주는 것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효과와, 리더가 바뀌면 조직 전체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결합된 의사결정입니다.
5️⃣ 부메랑 CEO라는 별명처럼 슐츠는 지금 우리에게 친숙한 스타벅스라는 기업의 모습을 만든 사람입니다. 누구보다 기업에 대한 애정이 클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 스타벅스가 당면한 위기가 복합적이라는 건데요. ➊ 팬데믹 ➋ 인건비 상승 ➌ 노동조합 설립 ➍ 중국, 러시아 시장 확대 ➎ 원두 가격 상승을 해결할 수 있는 경영자로서 최선의 선택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6️⃣ 일단 슐츠는 4월 초에 물러나는 케빈존슨 대표가 물러나는 시점에 임시 CEO로 활동하며 새로운 CEO를 찾고 임명하는 가을까지만 잠시 '돕는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임시라고 하지 않으면 사실상 후임 CEO를 하려는 후보자를 찾기 어렵겠죠. 동시에 그가 받는 기본급은 1달러이며 일반 직원 복지 정도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노조가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처우 개선 목소리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7️⃣ 한국에서도 카카오페이 블록딜 사건 이후 회사 노조 목소리가 커졌고 이에 회사는 전 직원 연봉 1천만 원 인상과 처우개선을 제시했습니다. 카카오 대표로 부임할 예정이었던 류영준 대표의 임명 철회, 사퇴가 이어진 적이 있습니다. 차기 카카오 대표 내정자의 자진사퇴라고 하지만 글쎄요. 블록딜 사태로 인한 직원들의 불만, 주주들의 불만 등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류영준 대표에 이어 부임한 카카오 남궁훈 대표는 주가 15만 원 될 때까지, 카카오페이 신원근 대표는 주가 20만원 회복 때까지 최저임금을 받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주가 회복 때까지 최저임금을 받는 것이 유행이 된 것 같습니다.
8️⃣ 슐츠는 1982년 스타벅스에 마케팅 책임자로 입사한 후 1987년부터 2000년까지 스타벅스 CEO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2008년에 구원투수로 복귀했다가 2016년 물러나면서 케빈존슨에게 CEO를 넘겨줬습니다. 그리고 다시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세 번째로 스타벅스 경영을 책임지는 건데요. 계속 돌아오는 CEO가 있다는 것이 스타벅스에게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요? 어려워지면 그 상황을 수습할 사람이 돌아온다는 것은 후임 CEO나 경영진에게 든든한 방패이자 부담일 수 있습니다. 완전한 주인의식을 갖지 못할 수도 있죠.
9️⃣ 한편 스타벅스는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50%를 매각하면서 스타벅스코리아는 이제 신세계 기업이 되었습니다. 20년 만에 100배 성장한 스타벅스 코리아는 매출 2조 원을 넘보고 있고 현재 이마트가 67.5%, 싱가포르투자청(GIC)이 32.5% 지분을 나눠 갖고 있습니다. 이제 독자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고, 스타벅스 본사는 브랜드 로열티(5%)와 커피 등 상품대금만 가져가는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스타벅스코리아가 잘 되면 50%는 스타벅스 본사로 이익이 분배되었지만 이제 그렇지 않은 구조가 된 거죠.
🔟 2022년을 '대퇴사의 시대'(the Great Resignation)라고 부릅니다.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열악한 근로조건,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일의 본질에 대한 고민, 정부 지원금 등이 복합적으로 엮였기 때문입니다. 미국 실업률을 보면 요식업 및 숙박업은 6.8%, 소매업은 4.7% 수준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죠. 전체로 보면 3% 수준입니다. 불편한 사실은 부메랑 CEO는 언제든 다시 스타벅스로 돌아와서 위기를 극복해 낼 기회를 얻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선택할 수 있는 직장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퇴사도 선택할 수 있어야 결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