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표를 부탁해
Azit-table
#나의_창업일지
02. 피벗을 결정하다 - 1
1.
핵심 가설조차 검증하지 않은 채 방향성을 잃은 팀이 프로덕트를 성공시킬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분명히 유저가 들어오지 않는 건 아닌데, 리텐션도 나쁘지 않은데, 딱히 반응이 오지는 않는 나날들이 지속되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기능을 붙이고, 인터뷰를 하고, 마케팅 방법을 고민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매일 하루에 10명 내외의 신규 가입, 20명대의 DAU가 찍히는 그래프를 보며 대체 뭐가 문제인 건지를 고민했다. 핵심 가설을 검증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다만 우리 가설의 특성상, 사람들이 앱을 설치해 이 영상통화를 경험해 봐야만 가설 검증을 할 수 있다는 나이브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2.
어쨌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 유저를 데려오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다. 처음에는 대량의 유저를 한꺼번에 유입시킬 수 있는 이벤트들을 기획했다. 그런데 바이럴을 만드는 것과 그렇게 모인 사람들을 앱으로 유입시키는 건 꽤나 다른 문제였다. 결국 그 두가지 중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한 채 이벤트들은 애매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다음으로는 매주 신규 획득 목표를 정하고, 어떻게든 그 숫자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으로 유저를 모아보았다. 처음에는 주에 40명 정도를 목표로 잡고 매 주 10%씩 늘려나갔다. 주중에 성과가 없었던 주에는 일요일 밤마다 처절하게 별 방법을 다 써가며 사람을 모았고(월요일을 기준으로 집계했다), 몇 주간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우리에게는 한 번에 많은 유저를 데려올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3.
전전긍긍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지트 앱과는 상관없이 내가/우리 팀이 바이럴을 만들어 낼 수는 있는 팀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아지트 앱으로 시도해 본 다양한 이벤트들이 다 실패하면서 자신감이 바닥을 쳤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생각이었다. 이 의구심은 자연스럽게 ‘그냥 바이럴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아지트 앱이라는 제약에 묶이지 않고, 간단한 토이 프로젝트라도 좋으니 사람들이 모이는 걸 보고 싶었다. 스스로의 확신도 필요했고, 외부에 나가 IR을 할 때마다 들려오는 ‘그래서 사람은 어떻게 모을건데, 너희 모아본 적은 있니?’ 하는 질문에도 반박하고 싶었다. 사실 나보다도 대표 오빠가 이 욕구를 더 강하게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큰 투자 프로그램을 앞둔 시점에, 아지트를 잠깐 내려두고 바이럴을 모아보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4.
처음 시도했던 건 ‘시간표를 부탁해’라는 온라인 롤링페이퍼였다(https://azit-table.web.app/). 작년 크리스마스에 대 히트를 쳤던 ‘내 트리를 꾸며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강 시즌 친구의 시간표를 채우며 편지를 보낼 수 있는 간단한 웹을 만들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지트를 완전히 놓진 못해서, 친구들과 편지를 확인하고 아지트로 넘어가 대화를 나눌 수 있게끔 구성했다.
이 프로젝트는 컨셉의 애매함 때문인지 바이럴을 터뜨리지 못했고, 결국은 실패했다. 하지만 ‘시부’를 통해 우리는 아주 빠른 템포로 뭔가를 만들고 - 확인하고 - 버리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3일 내에 기획부터 개발까지 마무리했고, 프로젝트 시작 후 일주일 내 1,0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직접 웹을 소개했다. 덕분에 우리가 빠르게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 제품으로 시장의 반응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5.
그 다음으로 시도했던 건 ‘스터디 윗 어스’라는 24시간 온라인(줌) 공부방이었다. 미국의 ‘스터디스트림’을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한국에서도 24시간 줌 공부방이 워킹할지 궁금했다. 아지트로 바로 돌아가지 않았던 건, ‘시부’를 통해 익숙해진 빠른 템포의 제품 제작을 그대로 옮겨 가설을 검증하는 한 사이클을 경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아지트로 다시 돌아가면 한동안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할 것 같아 하는 김에 일주일짜리 프로젝트를 하나 더 진행하기로 했다.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시작 후 5일 내에 오픈카톡방에 500명 이상, 줌에는 약 30명정도의 동시접속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NPS 점수도 꽤나 높게 나왔다. 좋은 취지의 방 운영에 대한 감사 인사도 많이 받고, 기프티콘도 받았다(이 공부방은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다). 그렇게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 배움을 가지고 아지트의 가설을 하나씩 검증해 낼지, 혹은 완전히 내려두고 다른 가설, 다른 아이템으로 넘어가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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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areerly.co.kr/comments/6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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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1일 오후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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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792
너무 재밌는데요ㅋㅋㅋㅋ
악ㅋㅋㅋㅋ 관심 가지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이번주에 완결내는게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