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뭘까. A. '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왜 만들어야 할까. 왜 봐야 할까. 왜 투자해야 할까. 영화 관계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영화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영화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가능하면 오래 더 많은 극장에 걸리도록 해야 할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Q. 존재 이유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A. 이야기의 소재다. 하지만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를 이리저리 쫓아다니지 않고, 사회 문제나 상황 중에 계속 마음 쓰이는 것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 오래 기다리는 것은 그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한 뒤에 기다리고 있는 시나리오 작업, 촬영, 후반 작업 등 수년에 걸친 혹독한 시간을 견딜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재에서 그런 강렬한 확신이 들어야 한다. '추격자'에서는 중동의 한국인 피랍·살해 사건, '황해'에서는 이주 노동자 문제, '곡성'에서는 이치에 맞지 않는 이상함, 정리되지 않는 혼탁한 분위기 등이었다." Q. 소재에 관해 확신이 든 뒤 무엇을 하나. A. 아주 많은 반복과 수정을 통해 이야기 구조(플롯)를 만들어 낸다. '곡성'은 시나리오 작업만 3년 가까이했다. 개봉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염두에 둔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촬영은 물론, 배우에게 연기시킬 때의 상황, 관객이 몇 번 웃고 어떤 기분에서 어떤 변화를 겪으며 이 영화의 끝까지 가기를 원할지 전부 생각하며 썼다. Q. 기업에 창의적인 경영이 화두다. 당신 영화 세 편은 어느 하나 독창적이지 않은 것이 없는데, 그 원천은 무엇인가. A. 이 이야기를 해야 하겠다는 절실함이다. 생각했던 것을 끝까지 해내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끝장을 볼 것 같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시나리오 쓰는 과정에서 지치고 힘이 들더라도 그 이야기의 힘이 내 안에 살아 있다면 버텨낼 수 있는 거다. 이 영화가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분명한 ‘왜’. 관객을 몇 번 웃게 만들지까지 계산하는 치밀한 ‘사전 기획’, 그리고 끝까지 해내는 ‘절실함’. 나홍진 감독의 3년 전 인터뷰를 읽으며 다시 놀랐다. 명작 영화를 탄생시키는 비결은 ‘팔리는 브랜드’를 만드는데 필요한 그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관객 몇 번 웃게 만드냐까지… 치밀한 사전 기획이 영화 성공 여부 결정

Chosun

관객 몇 번 웃게 만드냐까지… 치밀한 사전 기획이 영화 성공 여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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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4일 오전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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