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조용히 생각하는 게 힘든 시대다. 끊임없는 자극이 우리를 방해한다. 이메일 도착을 알리는 휴대폰 알림음이 대표적이다.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소음, 휴대폰 진동 소리, 전화벨, 웹사이트의 유혹 등으로 우리의 생각은 끊임없이 방해받고 있다. 이 같은 자극에 중독되면서 인간은 가만히 생각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노리나 허츠 런던대학교 교수는 “내가 만난 최고의 의사결정자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며 “그것은 바로 생각하기 위한 시간과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츠 교수는 생각을 방해하는 소음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생각하는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얘기했다. 1️⃣이메일 등 수많은 잡음 뿐 아니라, 전문가도 생각을 막는 요인이라고 했다. 🅰️전문가 의견을 듣고 있는 사람들의 뇌를 MRI로 스캔한 실험이 있었다. 뇌에서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영역의 스위치가 꺼져 있었다. 전문가 말을 들으면서 생각하기를 멈춘 것이다. 전문가의 말이 틀려도 그냥 믿어버리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함정에 쉽게 빠져든다. 일리노이 의대 연구팀이 한 배우에게 교수 역할을 맡겨 학회에서 강연하게 했다. 강연 내용은 터무니없었다. 하지만 강연을 들은 교수들은 ‘좋은 포인트를 지적했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단 한 명도 속임수를 간파하지 못했다. 2️⃣그래도 전문가 의견을 신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들은 특정 분야를 오래 연구한 사람들이다. 🅰️전문가들도 보통 사람과 똑같은 판단의 오류를 범한다. 예를 들어 전문가 의견은 연구비를 대는 스폰서에 유리하게 편향되기 쉽다. NEJM 등의 최고 의학저널에 실린 논문 중 40% 이상이 그렇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경제학도 마찬가지다. 경제학은 이념에 영향을 받는 과학이 됐다. 경제학자들은 ‘이념’이라는 렌즈를 통해 데이터를 바라보며 자신이 믿는 바와 부합되는 정보만을 찾는다. 그 결과 경제 시스템에 균열이 오고 있다는 신호를 못 봤다. 경제학자 대부분이 2008년 경제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이유다. 따라서 맹목적으로 전문가들을 추종해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가 똑똑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술과 로드맵을 가져야 한다. 3️⃣그러려면 오로지 생각만을 위한 시간을 내야 할 것 같다. 🅰️나는 헤지펀드와 할리우드 영화사, 대기업 등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을 인터뷰했다. 응급실 의사들과 비행기 조종사들도 만났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생각을 하기 위한 시간과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달력에 ‘프로젝트 X’라는 가상의 일정을 끼워넣는다. 방해받지 않고 생각만을 하기 위한 시간이다. 그 시간에는 비서들이 다른 일정을 잡지 않는다. 리더들은 반드시 달력에 ‘프로젝트 X’를 표시해야 한다. 4️⃣자신의 믿음에 부합되는 정보만을 찾는 편향이 인간에게 있다고 했다. 혼자 생각한다고 그런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믿으면 그에 부합되는 증거만을 보려고 한다. 반대되는 증거는 보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곁에 ‘최고 이의 제기자(chief challenger officer)’를 둬야 한다. 내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 말이다. 리더일수록 더욱 그래야 한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의 방식도 좋다. 그는 회의에서 미심쩍은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는 “당신의 견해는 무엇이냐”고 묻는다. 이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서다. 5️⃣현장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는 현장 경험을 무시하곤 한다. 현장 사람들은 대개 직급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는 통찰이 있다. 구글은 현장 직원들의 통찰을 활용하기 위해 ‘예측 시장’이라는 온라인 게임을 도입했다. 회사 제품이나 정책과 관련된 미래 예측이 게임의 대상이다. ‘구글은 러시아 사무실을 열까’ ‘이번 분기 말 지메일 사용자는 몇 명이나 될까’ 등이다(예측 시장에서는 직급과 상관없이 동등한 조건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 팀장이나 CEO와 맞서 내기를 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낮은 직급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 효과가 있다). 구글은 예측 시장 게임을 통해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직급이 높은 직원일수록 예측이 틀렸다. 반대로 낮은 직급 직원들의 예측이 더 정확했다. 6️⃣직급이 낮은 직원의 예측이 더 정확하다는 게 뜻밖이다. 🅰️고객을 직접 만나는 매장 직원, 콜센터 직원, 공장에서 직접 제품을 만드는 현장 직원이 가치 있는 정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이런 정보에서 소외된다. 현장 직원들과의 대화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원들은 나쁜 소식은 경영자에게 아예 전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결과 경영자들은 조직 안에서 (정보가 차단된) ‘거품’ 안에 갇히게 된다. 7️⃣전문가•이메일•SNS 외에도 우리의 생각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다. 수면 부족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일주일 동안 하룻밤에 4~5시간만 자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은 술이 취한 채 판단을 하는 것과 같다 (이런 사람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와 비슷한 정신 장애를 일으킨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0.08% 이상이면 운전이 불법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재직 시 최악의 의사결정은 잠이 부족할 때 나왔다”고 했다. 8️⃣마지막으로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조언 하나만 한다면. 🅰️지나친 자신감을 보이는 사람은 절대 피해야 한다. 그들은 최악이다. 한 가지 정보원에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강조하고 싶다. 전문가와 현장 지식인의 의견을 함께 들어야 한다. 빅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영국의 대형 출판사들이 조앤 K 롤링의 소설 ‘해리 포터’ 출판을 거부한 것은 데이터에 입각한 결정이었다. 그들의 데이터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두꺼운 판타지 소설을 싫어했다.

[Hello Guru] 차라리 혼자 생각할 시간 가져라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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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5일 오전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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