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를 내다가 윈도우 컴퓨터에 할 수 없이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 버렸습니다.
지울까 말까 고민하다가 시작 프로그램에는 올라오지 않게 하고 그냥 둬야겠다 결정했습니다.
앗 그런데 이상해.
시작 프로그램에서 꺼버렸는데도 잠시 후에 다시 들어가 보면 다시 켜져 있잖아?
뭐지? 혹시 이 놈들이…
궁금해졌습니다.
프로세스 모니터를 켜서 확인해봅니다.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입니다.
시작 프로그램에서 꺼버려도 서비스 프로그램이 감시하고 있다가 슬며시 다시 켭니다.
이건 좀 너무 하지 않나?
내 의견을 존중해 달라고.
내가 분명히 시작 프로그램에 못 올라오게 했는데 왜 그걸 다시 바꾸냐고.
브라우저들도 디폴트 브라우저 경쟁을 하지만 사용자들에게 물어보고 바꾸잖아.
그냥 바꿔버리면 사용자를 존중하지 않는 거니깐.
기술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선 넘는 짓은 안 하는 것뿐이라고.
이들은 보안프로그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용자를 보호한다는 핑계를 대겠지만…
자신의 비즈니스를 보호하기 위함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개발을 하다 보면 비슷한 순간들이 종종 찾아옵니다.
사용자가 탈퇴/해지 버튼을 찾지 못하게 저 안쪽으로 깊이 감추자고.
사용자가 반드시 알아야 하지만 회사의 이익에 해가 되는 문구는 최대한 작게 쓰자고.
한 때는 이런 것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비즈니스 세계는 냉정하니깐.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탈퇴 버튼을 깊숙히 감춘다고 탈퇴할 사람이 탈퇴를 안 하나?
기획자가 이렇게 만들어달라 하면 저는 싫다고 말할 겁니다.
그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크다고.
신뢰를 잃으면 다 잃은 거나 마찬가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