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동 100만 장, 그런데 팬은 어디 있죠? - 엔터 테크와 데이터로

1. 기술이 세상을 다 먹은 지 오래다. AI가 세상을 다 바꿔버리는 요즘에 테크란 단어는 참 새삼스럽다. 하지만 케이팝을 중심으로 하는 엔터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2. 블록체인, 메타버스, AR/VR, NFT, web3만 테크가 아니다. 가치보다 기술을 앞세운 시도는 모두 망했다. 적어도 대중적인 성공은 아직 없으니까. 다른 산업에서도 자리를 못 잡은 기술로 엔터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새로움은 아이디어 싸움이 아니다. 아이디어만으로는 세상을 절대 바꿀 수 없다.

​3. 기본이 중요하다. 시작은 고객을 이해하는 일이다. 아티스트를 만드는 기획사는 고객인 팬을 잘 모른다. 고객을 만들고, 이해하는데 엔터에 테크가 결합해서 만들 수 있는 가치가 많다. 크게 세 가지 키워드다.

​4. 첫 번째 디지털. 디지털은 복제 비용이 제로다. 비용이 줄면, 마진이 커져야 한다. 또한, 모든 유저는 흔적을 남긴다. 데이터다. 데이터로 고객이 누군지 알고, 써먹을 수 있어야 한다.

​5. 엔터는 그러한가? 아니다. 디지털 음원으로 사용자는 편리하다. 유통사는 돈을 번다. 그럼 기획사는? 음원은 음반을 대체한다. 게다가 유저의 데이터를 갖고 있지도 못하다.

​6. 아티스트가 자산이다. 사람을 파는 게 가장 확실한 수익모델이다. 오랜시간 달라지지 않았다. 음반을 사면 포카를 준다. 포카는 가챠다. 음반을 많이 사야 팬사인회를 간다. 공연과 광고도 마찬가지다. 모두 오프라인, 사람 중심이다. 복제할 수 없다. 물리적 한계가 명확하다. 이게 최선이 아니란 건 모두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대안은 없다.

​7. 둘째 공급자 마인드. 만든다고 팔리지 않는다. 취향은 쪼개지고, 상품은 무한하다. 팬의 돈과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하이브 의장은 라이트 팬이 적은게 케이팝의 위기라 말했다. 팔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공급자 중심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제는 하던 대로 해도, 안 팔린다. 똑같은 짓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순 없다.

​8. 다른 시장과 산업은? 모두 과거 얘기다. 기술이 모두 바꿨다. 이제 돈 내는 소비자가 왕이다. 그 누구도 불편함을 감수하며 지갑을 열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시장이 엔터다. OTT로 눈이 높아진 고객은 수준 낮은 영화가 걸린 극장에 안 간다.

​9. 데이터는 없다. 고객도 모른다. 막막하다. 심지어 치킨 집과 카페도 쿠폰을 주는 시대다. 모두 고객을 특정하려한다. 다시 찾게 이끄려고 한다. 엔터는 이런 최소한의 CRM 조차 없다.

​10. 초동 100만 장. 누가 사는지 모른다. 100만이 아니라, 몇 명이, 또 누가 샀는지가 중요하다. 공연 티켓이 팔린다. 역시 누가 샀는지 모른다. 예매 사이트만 알뿐. 음원도 마찬가지. 스트리밍 숫자는 있어도, 누가 들었는지 모른다. 데이터가 없다. 팬이 누군지 모르는거다. 이제 먼저 수요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11. 세 번째 창작의 과정. 역사적으로 창작의 과정은 진화해왔다. 건축과 제조는 대량생산에 적합했다. 생산 비용이 크다. 투자 비용도 크다. 건물을 만들다가 설계를 바꿀 순 없다. 반도체 같은 제도업도 마찬가지다. 초기 투자 비용이 크다. 기획과 설계가 중요하다.

​12. 디지털은 다르다. 린하게 만들 수 있다. 기획보다 실행이 중요하다. 고객에게 물어보기다. 일단 작게 던져보고 고객의 피드백을 얻는다. 데이터를 본다. 이를 통해 배우고 다시 시도한다. 반복한다. 리스크가 줄었고 성공 확률은 높아졌다. 시행착오와 기회비용이 작다. 오늘날 IT 기반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이다. 이미 다 만들고 팔 궁리를 하면? 늦다. 무조건 실패다. 만들면서 팔 방법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13. 물론 이런 시도가 없는 건 아니다. 사람이 기술과 만나자 IP가 중요해졌다. 아티스트의 메시지를 유료로 구독하고, 데뷔 전 아티스트를 노출하고 반응을 보기도 한다. 사람 리스크가 없는 버추얼 아티스트도 흥한다.

​14. 고객에게 기술을 어필해서 성공한 제품은 없다. 사용자가 배워야 하는 서비스가 성공한 적도 없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써먹으려는 시도도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큰 가치를 만든다. 엔터가 고객을 만들고 이해하는데도 필수다.

​15. 고객이 누구인가, 단골은 어떤 사람들인가. 새로운 걸 쫓는 게 아니라, 기본을 먼저 다시 돌아봐야 한다. 사업의 기본은 고객이니까. 내 물건과 가치를 알아보고 사 주는 사람. 엔터에서는 그게 곧 팬이다. 모든 아티스트는 팬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으니까. 엔터에 테크가 결합해서 만들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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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9일 오후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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