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삶기록 (work & life) 555
어제는 회사 사회 공헌 활동을 담당하는 팀에서 주관하는 장애인 이동 정보 수집 봉사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이동 정보 수집’이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특정 건물로 진입하는 과정이 얼마나 편리한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봉사 활동 내용은 회사 근처 건물들에 대해 위와 같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습니다. ‘Road scanner’라는 지도 앱에 이동 정보를 등록하면 되는 일이라 어렵지 않게 미션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실전에 투입되기 전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으로 소셜 벤처 사업을 하고 계신 한 대표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 내용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일상이 평범한 보통 사람과 같은데요. 문제는 주변의 시선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몹시 불편하다고 합니다. 손과 발이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말하고 생각하며 먹고 마시며 보고 즐기는 일을 하는 것에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데 말이죠. 여러분은 평소에 장애인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셨나요? 혹시 배려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취급하진 않았는지 저 스스로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4인 1조로 그룹을 짜서 같은 조원들과 함께 봉사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조별로 주어진 지역을 돌아다니며 이동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한 대형 교회의 정문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장애인 출입구를 확인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지하철과 버스, 자가용을 이용하여 건물에 도착한다는 가정으로 살펴보아도 휠체어를 끌고 건물에 출입할 수 있는 경로가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교회 건물 이동 정보 수집은 넘어가고 다음 건물로 이동했습니다. 5층 정도 높이에 건물 2층에 있는 상가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방문하기가 무척 어려워 보였습니다. 건물 입구부터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는 경사로가 없었고, 손가락 두 마디를 넘는 턱을 휠체어로 통과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 건물이 10곳 중 8곳 이상이었습니다. 건물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한 곳은 대부분 우체국, 은행과 같이 국가에서 운영하거나 규모가 큰 기업의 영업점으로 의무적으로 장애인 이동 경로를 확보하는 시설이었습니다. 반면 음식점, 병원 등 개인이 영업하는 장소의 경우 대부분 장애인 이동 경로를 고려하지 않은 시설이 많았습니다. 하긴 제가 장사를 한다고 했을 때, 영업 시설에 장애인 이동 경로까지 고민을 미쳐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봉사 활동을 마치고 나니 장애인 이웃을 위해 돕는 일을 했다는 뿌듯함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우리가 참 장애인을 가까운 이웃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출퇴근길에 장애인 이웃을 만나면 어떻게든 돕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그들의 일상 속 경험할 불편함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지 않았습니다.
장애인 이동 정보 수집 봉사 활동과 관계는 없지만, 장애인은 어떤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까 떠올려 보았습니다. 최근 유튜브 콘텐츠로 본 지체 장애인이 파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매일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조금 더 많은 보상과 혜택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장애인은 진정 이웃으로 생각한다면, 의무적으로 벌금을 내기 싫어서 장애인을 고용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세상은 넓고 우리가 사고를 확장해 돌아보아야 하는 일들이 많네요. 이런 생각이 고민에서 그치지 않고 작은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