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업을 하고 나서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요즘은 어떤 콘텐츠를 볼 때 ‘그 콘텐츠가 어떤 욕망에 기반하는가'를 자주 생각한다는 점이다.
2. 돌이켜보면, 사업을 하기 전에는 그저 창작자로서 어떤 콘텐츠를 볼 때 1) 그 콘텐츠가 좋은지 아닌지, 2) 좋다면 왜 좋은지, 3) 히트했다면 왜 히트했는지를 분석하거나 많이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욕망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한달까?
3. 잘은 모르지만, 어느 순간부터 창작이나 비즈니스라는 게 결국에는 사람들이 가진 보편적인 욕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정의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
4. 그리고 디지털에서 우리가 만나는 상당수의 콘텐츠들은, ‘돈을 더 잘 벌고자 하는 욕망'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자유를 부르짖거나 월 천 콘텐츠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고,
5. 대부분의 유료 콘텐츠 서비스들도 이 욕망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든, 아니면 간접적으로 암시하든, 대부분의 유료 콘텐츠 서비스들은.. 고객이 돈을 내고 콘텐츠를 보는 만큼, 본인들의 서비스가 돈을 벌거나 사업을 하거나 커리어를 잘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많으니까.
6. 물론 이런 것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욕망은 굉장히 보편적이면서도 당연한 거니까. 게다가 이런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이 욕망에 기반한 콘텐츠들은 다른 그 어떤 콘텐츠보다 빠르게 트래픽과 관심을 얻을 수 있다.
7. 다만, 동시에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 욕망에 기반한 콘텐츠는 점점 더 자극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겠지.
8. 그런 의미에서 유료 콘텐츠 비즈니스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 중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이 욕망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종종 만나게 되는데.. 안타깝고 슬프게도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런 방법들 전혀 알지 못 하니까.
9. 설령 안다고 해도, 그걸 전시하거나 파는 사람으로 살 것 같지는 않다. 그렇게 도도한 느낌은 아니랄까?
10. 무튼 그래서 ‘나는 어떤 욕망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또 파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아직은 좀 막연하긴 하지만, 나는 그저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욕망’에 기반하고 있더라.
11. 지금은 초라하고 부족함이 많지만, 언젠가는 지금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지금 보다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나를 추동한다고나 할까?
12. 그리고 한 개인이 운영하는 초라함이 넘치는 멤버십을, 여러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용하시는 분들께서는 어쩌면 나와 비슷한 욕망을 가진 분들이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초라하지만, 어떻게든 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
13. 그래서 참 뜬금없게도,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는데.. 결국 결론은 ‘좋은 콘텐츠’와 ‘좋은 연결’로 수렴되더라.
14. 더 나은 삶을 살려면,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만나야 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야 하니까.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콘텐츠와 사람을 통해 얻은 영감과 아이디어와 감정을 행동으로까지 옮기고, 그 행동과 실행 과정과 결과를 다시 자신만의 콘텐츠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15. 이게 내가 생각하는 더 나은 삶을 사는 방식,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할까? 더 나은 정보와 자극과 피드백과 행동으로 둘러싸인 삶 말이다.
16. 물론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그게 돈이 되느냐?”, “그걸로 얼마나 회사를 키울 수 있느냐?”고 따져 물을 것 같은데..
17.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잘 버티면, 훨씬 더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세상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근데 어쩔 것인가? 이게 내 길이니, 나는 이 길로 나아가면서 함께 가는 사람들을 조금씩 늘려가는 수밖에. 나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