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정반대의 방법을 택했다. 막연한 미래를 내다보고 걱정하기보다는 당장 내 눈앞에 있는 현실만 보기로 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결국 내 눈앞에 놓인 것 때문이 아닌가. 막연한 미래만 좇다가 오늘 하루 아무 일도 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오히려 단기적인 관점으로 내가 하는 일의 위치를 점검하고 실천했다. 미래에 얼마만큼의 연구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내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꿰뚫어보는 안목을 갖지 못했기에, 내가 딛고 서 있는 발밑만을 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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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담금질했다.
‘아무것도 보지 말자. 오늘 달성하기로 한 일은 반드시 오늘 해내자. 일의 성과와 진척 상황을 하루 단위로 구분해 확실히 지키자.
하루 동안 적어도 한 걸음만큼은 꼭 앞으로 나아가자. 오늘은 어제보다 1센티미터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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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뿐 아니라, 오늘을 돌아보고 그 성찰을 토대로 내일은 반드시 ‘한 가지 개선’, ‘한 가지 궁리’를 더하겠다고 결심했다.
설비가 열악하고 지원이 없어도 이 하루 단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심전력했고, 매일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일에 몰두하며 더 좋은 방법을 궁리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한 달로 이어졌고, 어느새 한 달은 1년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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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났고,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막연하게만 보이던 목표가 점점 내 곁에 다가옴을 느꼈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일일지라도 일단은 성심을 다해 전력한다. 하루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또 그다음에는 1년이 된다. 5년, 10년 그렇게 계속하다 보면 첫 단계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그러니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단위’로 정하고, 그 하루하루를 온 힘을 다해 살아가며 열심히 일하라. 착실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발걸음이 일과 삶을 걷는 데 가장 적합한 보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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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