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를 위한 책 - vol.18 ]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 이럴 때 추천해요 : "연휴에 읽기 좋은 책 ③ 에세이 편" 01. 연휴에 어울리는 책 중에 '에세이'가 빠질 수 없습니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특별한 시즌이 되면 책 추천을 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데 대부분 연말연시, 여름 휴가철, 새 학년이 시작되는 2월이나 3월, 그리고 바로 추석과 같은 명절이 그렇습니다. 02. 그중에서도 추석은 대부분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진 공기와 더불어 3개월 남짓 남은 한 해의 하반기를 잘 정리하고픈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기에 여기에 어울리는 책들을 추천하곤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저는 특히 에세이류를 자주 권하곤 합니다. 03. '나는 에세이는 안 읽어. 오글거려서'라는 사람도 있고 '요즘 에세이는 죄다 본인 힘든 얘기, 우울하다는 얘기 아니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관한 거라 오히려 공감이 더 안가'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도 이해합니다. 저 또한 그런 감정과 맞닥뜨릴 때가 많거든요. 04. 대신 산문 작가로 잘 알려진 이석원 님의 에세이를 추천하면 대부분 돌아오는 반응이 긍정적이었습니다. 너무 무겁지도 결코 가볍지도 않은 이야기들 속에 본인만의 생각이 짭짜름하게 녹아들어 간이 참 잘 벤 글이라는 생각이거든요. ⟪보통의 존재⟫라는 히트작 이후 수권의 산문집을 이어오면서 쌓인 농익음도 절대 과하지 않게 다가옵니다. 얼마 전 배우 하정우 님과 가수 성시경 님의 대화에서 '나는 발이 땅에 붙어있는 사람들이 좋더라'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에세이로 치면 이석원 작가가 딱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 싶어요. 그가 말하는 일 얘기, 삶 얘기, 사람 얘기, 사랑 얘기가 모두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있는 것들이니 말이죠. 05.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은 2018년에 낸 동명의 산문집을 개정한 버전입니다. 들어가는 글에 소개가 되어있듯이 조선시대 때부터 짧은 생각을 담은 수필 형식의 글을 '소품' 혹은 '소품문'이라고 했다는데 비슷한 의도로 이름 붙인 것이라는 작가의 설명이 담겨있죠. 그래서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고 또 생각해 볼거리를 던져주는 글들이 한 편 한 편 쌓여있습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고 했는데 순서와 상관없이 지금 자신의 부족함과 허기를 채워줄 딱 맞는 초콜릿부터 꺼내 먹어도 괜찮은 이유이기도 하죠. 06. 저는 추석 연휴가 지난 즈음에는 계절의 변화도 느껴지지만 무엇보다 '이제 올해가 끝나가기 시작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정리의 순간이 다가온다는 걸 피부로 느끼는 것일 텐데 그럴수록 조급함을 느끼지 않으려면 뭔가 감정적으로 기댈만한 이야기들이 필요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때 좋은 에세이 한 권을 만나면 그래도 환절기에 걸치는 가디건 한 장처럼 나만의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제법 든든한 우군을 발견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07. 에세이를 소개하느라 살짝 감상적이 되었는데, 다시 솔깃한 이야기를 제안해 보겠습니다. 이 책은 200쪽에 11,800원밖에 안 합니다. 책을 분량과 가격으로 가늠하는 것이 얄팍한 행동인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 얄팍함을 무시한 채 지나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조카들 탕후루 사주러 나가는 길에 서점에 들러 맘에 드는 에세이 한 권 데려오는 것도 꽤 괜찮은 연휴 사용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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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28일 오후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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