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난민캠프가 화재로 전소되다] 그리스에 위치한 유럽 최대 난민캠프가 대형 화재로 모조리 타버렸습니다. 하루 만에 불을 잡긴 했지만 워낙 큰 화재였던지라 캠프는 잿더미로 변해버렸군요. 1만 2천여 명의 난민들이 당장 길거리로 내몰린 상태입니다. 한국에서도 단신으로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이 문제에 가장 빨리 반응 중인 독일 현지 언론 영상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이 화재가 향후 유럽연합의 경제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 예의주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헤드라인이 떴네요: https://news.v.daum.net/v/20200911155929518 1. 그리스 Lesbos에 위치한 "모리아" 이민 캠프에서 불이 발생한 건 지난 수요일입니다. 불로 캠프 대부분의 시설물이 잿더미가 되어 버렸는데요, 전문가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라며 일제히 그리스 정부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당초 시민단체들의 지적에도 불구 난민들을 한 곳에 밀집시켜 수용했고, 이 결과 모리아 이민 캠프는 수용 가능 인원의 4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몰린 시한폭탄이었다고 합니다. 수도관, 화장실 등 기본적인 위생 시설은 고사하고 화재 안전 설비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해서 이번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2. 당장 1만 2천여 명의 난민들이 갈 곳을 잃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프간 난민으로 알려져 있고요. 그리스 정부는 자국 내에서 "모리아" 이민 캠프 난민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유럽연합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3.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독일입니다. 독일 시민들이 거리에 나서 '대형 난민 캠프를 분산하라', '우리는 환영한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난민 처우 개선 및 독일로의 이송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아무튼 놀라운 동네입니다. 쾰른과 뒤셀도르프가 위치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를 비롯해 (중도 or 진보적 성향을 띈) 옛 서독지역 주정부들도 난민을 일부 받아들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걸 기회 삼아 메르켈 총리 다음의 대선주자로 나서기 위한 정치적 전략도 숨어있는 것이겠죠. 4. 다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재 유럽 SNS 상에 퍼지고 있는, '난민들이 스스로 캠프에 불을 질렀다더라'라는 루머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유럽 국경이 막혀 난민 심사가 길어지자, 화가 난 일부 사람들이 스스로 캠프에 불을 질러 유럽 국가들이 '어쩔 수 없이' 난민을 받아들이도록 벼랑 끝 전술을 펼쳤다는 논리죠. (허허...;;;) "불을 지르면 난민을 받아준다더라 식의 논리가 일반화되어선 안될 것"이라고 일부 우익단체와 유럽 정치인들이 반응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코로나 19 사태를 계기로 일부 극우단체들이 대놓고 반정부/반이민 시위를 하고 터라 난민들과의 갈등이 고조될 우려도 있습니다. 참고로 이곳 핀란드도 난민 수용에 대한 여론이 그닥 좋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5. 유럽연합은 우선 최대한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아직 그 '최대한'이 어느정도인지,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공식화/문서화되진 않았습니다. 고로 이 반응이 과연 실천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죠. 사실 유럽도 지금 제 코가 석자인 상황입니다. 유럽 내 코로나 19가 다시 퍼지고 있고, 코로나 19발 경제위기가 유럽 경제 성장을 발목 잡고 있어서... 과연 난민을 받아들일 여력이 될지도 의문입니다. 6. 일부 유럽 내 전문가들은 이번 모리아 이민 캠프 대형화재가 유럽 제2의 난민사태, 나아가 유럽 vs 미국/영국과의 정치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중동 정세는 영국이 씨를 뿌리고 미국이 물을 준 것에 가까우니까요. (물론 유럽도 같이 거름을 주긴 했습니다만.) 여기에 최근 영국은 기묘한 브렉시트 전략으로 유럽 정치 경제에 더더욱 혼란을 안겨주고 있는 상황이라...아무튼 상황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여담) <반지의 제왕>을 보신 분들이라면, 왜 하필 난민캠프 이름이 "모리아" 인지 궁금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냥 별 의미는 없고, 그 캠프가 위치한 동네 이름이 우연히도 "모리아"라고 하네요. 왠지 우연이라지만... 무서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