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자기계발 대중서들이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거나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면 실제로 잘 된다는 등의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왔다. 이렇게 나의 내적 사고방식이 외부 세계로 전달되어 어떤 실체가 있는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믿음은 생각보다 흔히 나타난다.


예를 들어, 내가 경기를 보면 꼭 지니까 안 보겠다고 하는 것이나 행운의 색깔 등에 대한 믿음, 어떤 우주적 ‘기운’에 대한 믿음, 또 내가 그 우주적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 등 많은 이들이 ‘마음’에 어떤 초자연적인 효과가 생각하는 듯한 경향을 보인다.


물론 긍정적인 믿음이 자기 예언적 효과를 나타내는 긍정적인 경우도 존재한다. 예컨대 자신은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으며 사람들은 모두 다 자신을 싫어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경우,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관계를 만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어차피 해도 안 될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력하면 할 수 있을 거라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며, 나와 잘 맞는 사람도 세상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믿음은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노력을 해본다던가 새로운 기회나 잘 맞는 사람을 찾아보는 것과 같은 실천 가능한 범위를 지나쳐서, 간절히 바라기만 해도 꿈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실천’과 멀리 떨어진 긍정적 사고는 되려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 퀸즐랜드대의 연구자 루카스 딕슨과 동료들은 단지 믿는 것만으로 어떤 결과를 실체화 시킬 수 있다는 믿음(belief in manifestation)에 대한 연구를 했다.


실체화에 대한 믿음을 측정하는 문항들은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열심히 떠올리면 실제로 성공에 더 가까워진다”, “나 자신에게 긍정적인 이야기를 함으로써 성공을 이룰 수 있다”, “간절히 원하면 신이나 우주의 기운이 나를 돕는다”, “나의 영혼과 내가 가진 긍정직인 기운들이 성공을 끌어당긴다” 등이었다.


간절히 믿기만 하면 실제로도 잘 될 거라는 믿음을 측정하는 문항들이었다. 이러한 실체화에 대한 믿음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미래에 자신이 성공할 확률을 더 높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존감 또한 더 높은 편이었다.


또한 이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신중하고 이성적인 사고방식보다는 어떤 영감이나 충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에 기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평소 자극적이고 위험한 일에 끌리는 편이라고 응답했으며 실제로 가상화폐 같은 위험 자산에 투자한 경험도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높은 위험 추구 성향와 충동성 때문인지, 실체화에 대한 믿음이 높은 사람들은 “사기”를 당한 경험 또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들과 다르게 자신은 단기간에 일확천금이나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또한 더 강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사업에서 망하거나 파산한 경험 또한 더 많았다.


잘 될거라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믿음은 긍정적인 것을 떠나서 다소 무책임해 보이기도 한다. 때에 따라 개인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어떤 영적인 파워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망한 거라고 현실적인 범위를 넘어선 일들마저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부작용 또한 있을 수 있다.


충분히 간절하지 않아서 잘 안 된 거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은 실패의 진짜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는 행동과도 거리가 있다. 오직 잘 될 거라는 믿음 하나로 별다른 준비도 없이 시작했다가 현실이 예상과 너무 다르다며 곤혹스러워하던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준비도 없이 아무런 사전 지식이나 경험도 공부도 없이 자신감 하나로 밀어붙이던 일이었기 때문에 옆에서 보기에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


되려 자신이 망할 가능성은 0%라고 자신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는데 자기가 하면 다 잘 될 거라는 믿음 하나로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이 큰 패착이었다. 


어떤 믿음이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려면, 거기에는 반드시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 목표 설정, 실패가 따라야 한다. 실천 없이 믿음만 가지고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느 날 기적같이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을 하든지 항상 예기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게 되는데, 다 잘 될 거라고만 생각한다면 정작 작은 장애물 앞에서도 크게 당황하게 될 것 같다. 믿음이 현실이 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오랜 준비와 지난한 노력임을 기억하자.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실천 없는 '무지성' 믿음은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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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실천 없는 '무지성' 믿음은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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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3일 오후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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