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가 되려면 어느 정도 수준의 프로그래밍 능력을 요구하나요?"


지금까지 들었던 퀀트 커리어 관련 질문들 중 빈도상으로 거의 1,2위를 왔다 갔다 하는 단골 질문이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


"실무를 문제없이 소화해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면 됩니다.(빙긋)"


내가 이런 대답을 하면 반응은 거의 백이면 백 답변이 너무 추상적이다라는 표정인데, 답변이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질문부터가 너무나도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모든 건 GIGO(Garbage In, Garbage Out)다. 입력 변수가 좋지 않으니 출력 변수가 좋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퀀트의 프로그래밍 실력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고자 할 때의 질문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 무릇 모든 질문은 모름지기 무조건 구체적이고 디테일해야 한다.


좋은 질문의 예시


"저는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뜻이 있고 이 때문에 이러이러한 책과 저러저러한 논문들을 보면서 이러이러한 것들을 스스로 구현해 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쪽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제가 했던 이런 것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여나 제가 만약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지 알 수 있으실까요? 그 밖에도 제가 지금까지 봤던 책과 논문 리스트는 이러이러한 것들인데 추가적으로 공부를 하면서 구현을 해볼 만한 자료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지 알고 싶습니다."


이런 방식의 질문이어야만 상대방이 귀를 열고 그 질문에 대한 좋은 답을 주기 위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별로 고민한 흔적이 없어 보이는 질문에는 별로 고민하지 않은 답변만이 나갈 뿐이다. 취업 면접에서도 마찬가지. 피면접자에게 질문이 있냐고 묻는 이유는 그 사람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가를 검증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질문의 수준과 내용 자체는 꽤 정확한 바로미터가 된다.


구체적이며 디테일이 살아있는 질문이 아닌 막연하고 추상적인 질문만을 하는 근본적 원인은 결국 치열하게 부딪혀본 적 없기 때문이다. 즉, 시행착오에 대한 회피와 외면이 그 원인이다. 어차피 삶이란 직접 부딪혀보고 깨져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지만, 시행착오를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없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실행을 자꾸만 뒤로 미루는 것이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을수록 불안감만 커지는 것은 당연하며 그렇기에 그 불안감을 위안 받고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질문을 했을 텐데, 막상 내가 한 그 질문은 원하는 답변을 들을 수가 없는 질문이 되어버린다. 해답을 찾고자 한다면 내 문제를 정확히 정의할 줄 알아야 하며, 그렇기에 무작정 해답을 찾으려하는 것보다는 문제를 정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문제를 찾지 못하면 해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퀀트의 프로그래밍 실력에 대한 뜬구름 잡는 질문을 하는 이들에게 내가 오히려 역으로 질문하고 싶은 것은 이거다.


"대형서점에만 가봐도 퀀트와 금융, 파이썬을 결합한 제목을 가진 책들이 못해도 족히 1,20권은 되는데 그중에서 내가 직접 구매하여 코드 스니펫을 따라 해보거나 거기에 나와있는 예제를 구현해 보려고 한 책이 몇 권 정도 되는가?"


막연하게 어느 정도의 코딩 실력을 요구하는가를 물어봤다면 그 사람은 책을 한 권도 안 봤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책을 본다는 의미는 단순히 책을 읽는다는 뜻이 아니라 그 내용을 체득하여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책을 많이 보고 그것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수록 질문의 구체성과 디테일은 살아난다. 그리고 결국엔 그러한 질문만이 내가 원하는 해법을 얻게 해준다. 그렇기에 내가 하는 질문 자체는 곧 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다.

질문이 당신의 수준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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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3일 오후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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