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문제는 계속 피하고 싶다. 피할 수 없을 때는 차라리 낫다. 피할 수 없으니까, 선택지가 없다. 스트레스 받아도 맞닥뜨리는 문제거든. 풀어야 하거든. 차라리 낫지.
오히려, 피할 수 있으면 문제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삶의 요령이 쌓이거든. 삶의 요령으로 어려운 문제를 피할 수 있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놈의 요령껏. 그렇게 피하고 싶은 문제를 피한다. 문제가 쌓이는 시발점.
잠깐은 좋다. 하지만, 언제나 진실의 순간이 온다는 것이 문제. 돈을 빌리면 이자가 쌓인다. 돈을 오래 빌리면, 이자가 많이 쌓이지. 많은 이자를 낸다. 삶도 같다. 진실의 순간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부채가 쌓인다. 계속 매 순간 이자가 쌓인다. 진실의 순간을 언제 마주하냐의 문제. 언젠가 마주할 수밖에 없다. 많은 이자를 갚을까, 아니면 그 기간을 더 연장시킬까의 문제.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일수록 문제의 복잡도가 점점 올라간다. 일차방정식, 이차방정식, 삼차방정식, 몇 차까지 올라갈지 가늠이 안 간다. 삶의 변수는 늘어간다. 예전에는 상수가 많았는데, 이제는 변수가 많다. 사람 마음.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방정식의 변수가 된다. 그래서 어렵다. 사람 마음 이해하는 게 제일 어려운 거라.
그래서 피하고 싶다가, 또다시 마주했다가, 또 피하고 싶다가, 또 마주했다가, 계속 반복. 내게 주어진 역할은 계속 무거워진다고 느끼는데, 나 자신의 나약함을 마주할 때 약해졌다가. 그러다가 또, 힘내야지. 그러다가 또 약해졌다가, 그러다가 또 힘내야지. 반복.
공을 산꼭대기로 밀어올리면, 공은 다시 굴러떨어진다. 그 공을 다시 붙잡고, 산꼭대기로 올리면, 또 공은 굴러떨어지고. 반복, 반복, 반복. 그 공이 떨어질 것 알면서도 계속 또 올려본다. 이번에는 안 떨어질 거라고 기대하면서. 별 수 있나? 공을 미는 게 내 역할인데, 그럼 밀어야지. 떨어질 게 뻔하면서도, 그래도 들어 올려야만 한다.
시지푸스 신화에서, 시지푸스는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한 자라서 신들의 형벌을 받았다고 한다. 교활하고, 신들을 무시했다고. 그래서 제우스 신이 시지푸스에게 평생 돌을 산꼭대기로 올리는 형벌을 받았다고. 가장 똑똑한 사람에게 주어진 벌이 매일 똑같이 돌을 산꼭대기로 올리는 일이었다. 가혹하다.
진실의 순간을 마주해야지.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 나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한 발 한 발 앞으로. 그렇게 한 보 앞으로 걷다 보면 또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을 거라. 그리고 그때 돌이 또 떨어지면, 다시 또 돌을 들면 되는 거라. 그렇게 한 보, 한 보 걷는 수밖에는 또 없다. 회피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어려워도 두발 굳건히. 그런 생각을 했다. 언제까지 걸어야 할지는 모르지만,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2024년 3월 14일의 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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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3일 오후 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