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인생도 창작도 핵심은 리듬...힘 빼야 두각 드러나" 장기하
Naver
"제 접근방식이 그래요. 음악을 만들 때도 글을 쓸 때도 핵심만 붙잡아서 리듬을 추출해요. 군더더기는 싹 빼내죠." "창작에서는 군더더기를 빼는 게 정말 중요해요. 저는 창작은 결국 요약이라고 생각해요. 핵심을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는 거죠. 저마다 포착하는 핵심이 달라서 서로 다른 요약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다… 매개체를 통해서 감흥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죠. 동어반복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글쓰기에서는 모르면서 단언하는 것, 짧게 쓸 수 있는데 늘여 쓰는 것 등등. 음악도 장르의 클리셰나 편견이 있으면 불필요한 걸 못 빼요." "(일상에서의 군더더기는) 너무 많이 먹는 거죠. 식탐이 많아서 어릴 때는 먹을수록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과음하거나 과식하면 찌꺼기만 쌓여요. 그럴 땐 ‘왜 이러고 사나' 자괴감이 듭니다. 요즘엔 쓸데없이 비싼 물건을 사거나 소유하는 것도 군더더기처럼 느껴져요." "네. 두각을 나타낼 수 없는 건 다 포기해요. 세상에 잘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잘하지 못하면 고통받으니 신속하게 단념하는 거죠. 돈에 욕심을 안 부리는 건 재력에 두각을 나타낼 자신이 없어서예요. 저는 가창력에도 두각을 나타낼 수 없어요. 그렇게 하나둘 포기하다 보면 알게 돼요. 최고가 없으면서 내가 1등 할 수 있는 분야는 개성이라는 걸. 개성을 살리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겠구나! 나 혼자 게임 해서 1등을 해야겠구나! 이를테면 축구가 아니라 혼자 뛰는 달리기를 선택하는 거죠." "그래도 10년 넘게 뮤지션으로 잘 살아남은 이유는, 완전하진 못해도 60~70% 확률로 포기에 잘 성공해왔기 때문이에요. 운 좋게도, 과욕을 부리지 않을 수 있는 정도로, 포기에 성공했어요." 오늘 또 한명의 탁월한 '미니멀리스트'를 발견했다. 음악을 만들때 글을 쓸 때는 핵심을 붙잡는다. 일상에서의 군더더기를 제거한다. 두각을 나타낼 수 없는 건 전부 포기한다. 인터뷰어의 말처럼 단념과 포기에 능한 이 시대 '효율적인 천재' 장기하가 사는법.
2020년 10월 24일 오전 3:08